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년공으로 근무한 이력을 지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회에서 노동자들과 만나는 상징적인 행보를 보이며 향후 노동 주요 안건의 향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과 향후 예상되는 노동 정책 기조에 건설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환영 입장인 반면, 일부 기업 측은 걱정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 등 최근 중대재해사고를 낸 건설기업들은 긴장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건설기업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처법이 경영책임자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며 이를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해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업은 지난 2023년 기준 중대재해의 50.7%, 지난해에도 43.8%를 차지한 사망사고 1위 업종이다. 중처법이 건설사에 안기는 부담에 비해 실질적인 사고 건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3대 법안 통과도 촉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인력 채용 관련 불공정행위 금지 및 신고가 골자인 건설산업기본법 △부당금품 요구 시 처벌 조항이 담긴건설기계관리법 △건설공무에 수사권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등으로 구성됐다. 이밖에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경직된 제도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일감이 집중되는 건설업 특성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통령은 중처법 유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이유는 사고 예방 효과에 있다"며 “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시행 부처 간 기능 조정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 4.5일제 도입도 함께 공약으로 내세웠다. 단, 일부 안건에서는 '친기업'을 표방하며 반도체 산업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등에 긍정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노동계는 기업측 요구안인 중처법 완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입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법 시행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처벌 사례가 드문 데다 처벌이 이루어졌다 해도 솜방망이에 그쳐,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을 완화할 경우 오히려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전 정부 시절의 '건폭몰이' 기조도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가 내국인 고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노조가 고용을 요구하는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건설현장에서 내국인 기능 인력 채용을 기피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감수하는 이주노동자, 특히 불법 체류 외국인의 고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건설노조는 목소리를 높였다.
즉,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노조의 요구 강도도 낮아질 수 있으나 고용 안정 대책 없이 고용 요구만 문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라는 주장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문제의식이나 새 정부에 요구하는 정책 방향은 결국 내국인 기능 인력의 고용 안정으로 귀결된다"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논란이나 고용 불안 문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