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가스 배관. 연합
산업용 가스연료 시장에서 액체석유가스(LPG)가 도시가스를 밀어내고 비중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도시가스는 사실상 가격이 정부에 통제되고 있는 반면, LPG는 공급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 마케팅에서 LPG가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업부문에서 도시가스 소비량은 719만9000toe, LPG 소비량은 609만9000toe이다.
산업부문에서 석유화학 원료용을 제외하면 도시가스는 그대로고, LPG는 131만1000toe 규모이다. 즉, 산업부문의 순수 연료 소비량에서 도시가스와 LPG 비중은 대략 85% 대 15% 수준이다. 도시가스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추세를 보면 도시가스가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문에서 도시가스 소비량은 2013년 42만1206TJ를 정점으로 2024년 29만9794TJ로 10년간 29%가량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산업부문에서 석유화학 원료용을 제외한 LPG 소비량은 778만3000배럴에서 1302만3000배럴로 67%가량 증가했다.

2013~2024년 산업부문(석유화학 원료 제외) 도시가스 및 LPG 소비량 추이.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보, 에너지통계월보
에너지전환으로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에서 가스체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도시가스는 오히려 줄고 대부분의 과실을 LPG가 따먹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부문에서 LPG 비중이 급속히 커지는 이유는 가격경쟁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제품별 생산자 물가지수를 보면 2020년을 100으로 본다면 도시가스 산업용 가격은 2021년 114.9, 2022년 211.7, 2023년 190.0이다. 이에 비해 프로판은 2021년 131.9, 2022년 176.3, 2023년 149.8이다.
비교 기간 동안 도시가스 산업용 가격이 더 올랐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가스 가격은 사업자가 정하지 못하고,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의 판매가격으로 정해지는데, 사실상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을 때 가스공사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고 이를 나중에 올리기로 하면서 점진적으로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LPG 가격은 공급업자가 시장상황에 맞춰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원달러환율이 3월 1459.36원에서 5월 1392.01원으로 내렸고, 국제 LPG 프로판 가격(사우디 CP)도 4월 615달러에서 5월 610달러로 하락하면서 상당한 국내 판매가격 하락요인이 발생했다.
LPG 공급업자들은 이를 활용해 산업용 에너지시장을 더욱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업계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도시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LPG가 산업용 수요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상당하다. 앞으로도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지속될 듯 싶다"며 “기존에도 도입가격과는 상관 없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오고 있어 조달가가 낮아지면 더 공세적으로 나올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LPG와의 경쟁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계자는 “도시가스 가격은 가스공사 판매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마진을 줄이는 것 뿐"이라며 “여기에 LPG는 서민연료로 인식돼 개별소비세 특혜까지 받고 있는 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전력산업연구회 회장)는 “우리나라 산업용 LNG 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정용 LNG 요금을 교차보조하기 때문이다. 반면 LPG는 정부의 간접적 요금규제가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그 소비량이 계속 증가해 도시가스의 산업용 소비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런 교차보조를 시행하면 안된다. 교차보조로 말미암아 발전용 LNG 가격도 높아 전기요금을 정하는 SMP(계통한계가격)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가스공사가 직도입사와 경쟁이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을 올리고 발전용과 산업용을 내려야 한다"고 요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