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한국필립모리스가 출시한 '말보로 화이트'.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지난 2월 궐련담배 '말보로'의 퇴출을 천명했던 한국필립모리스가 3개월만에 말보로 신제품을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 출시하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7일부터 전국에서 타르 1㎎ 신제품 '말보로 화이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선보였던 대표 담배 말보로 라인업 중 최초로 흡연 시 발생하는 담배 냄새를 관리하는 기능이 적용됐다. 담배 맛·성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 특수 종이와 향 패널을 적용해 손에 남는 담배 냄새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필립모리스가 '말보로 화이트'를 출시한 것은 한국 시장이 처음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향 담배가 아닌 일반맛 라인업에서도 저타르 제품을 내놓은 점이다. 그동안 한국필립모리스는 국내 시장에서 말보로 아이스블라스트 원·하이브리드 원 등 가향 담배 중심으로 1㎎ 제품의 말보로를 선보여 왔다.
기존에 판매하던 말보로 일반맛 제품 포트폴리오도 실버(3㎎)·골드(6㎎)·미디움(6㎎)·레드(8㎎) 등 중타르(2~5㎎미만), 고타르(5㎎ 이상) 제품에 그쳤다. 다만, 이번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일반맛까지 저타르 라인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담배업계는 갈수록 1~1.5㎎ 수준의 저타르·특색 있는 패키지의 연초 담배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필립모리스가 경쟁적으로 트랜드성 요소를 담은 신제품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경쟁사들도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한 연초 제품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KT&G는 국내 제품 중 처음으로 검은색 궐련지를 적용한 타르 1㎎의 '에쎄 느와르'를 선보였다. BAT로스만스도 이달 7일 라인업 중 1.5㎎ 타르 제품이 포함된 '글로벌 에디션 바이 던힐'을 내놓았다. 패키지 상단부를 문지르면 상쾌한 향이 퍼지는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한국필립모리스의 이번 말보로 라인업 확대가 최근 몇 년 간 미래 비전으로 표방해 온 '담배연기 없는 미래'에 반대되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판매기간 제약이 있는 한정판도 아닌 상시 판매되는 레귤러 상품으로 '말보로 화이트'를 출시한 점에서 말보로 사업 확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올 2월 열렸던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말보로를 박물관으로 보내겠다"며 퇴출 의사를 분명히 밝힌 터다. 지난 4월 중순께 열린 경남 양산공장 미디어 투어에서도 한국필립모리스는 “현재 필립모리스 코리아 직원 약 200명 중 3명만 기존 궐련 담배(말보로) 업무를 보고 있다"며 나머지 비연소 분야에 업무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는 상황도 강조한 바 있다.
말보로 퇴출을 공언할 만큼 비연소 담배 육성에 공들이는 중이나, 앞서 제시한 목표 달성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오는 2030년까지 매출 3분의 2 이상을 비연소 제품으로 창출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까지 비연소 제품의 순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가 공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현재 한국필립모리스의 비연소 제품 순매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42% 수준이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담배 연기 없는 미래 비전을 달성하고자 노력한다"며 “언젠가 말보로를 박물관에 보내야겠지만, 그 전에 말보로에게 주어진 역할은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