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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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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에서 ‘천덕꾸러기’ 된 생분해 플라스틱…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0 13:31

너무 일찍 썩어도 문제, 너무 늦게 썩어도 문제

재활용 안되고 오히려 재활용 방해, 소각·매립 시 기존 문제 반복

환경부와 환경단체 “일회용 사용 줄이고 재활용 극대화가 최선”

일반 플라스틱과 겉모양이 같은 생분해 플라스틱은 재활용 플라스틱의 성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사진=픽사배이

▲일반 플라스틱과 겉모양이 같은 생분해 플라스틱은 재활용 플라스틱의 성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사진=픽사배이

한때 반영구적으로 썩지 않는 플라스틱 오염의 대안으로 각광받던 썩는(생분해) 플라스틱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너무 일찍 썩어도 문제, 너무 늦게 썩어도 문제이고 재활용이 되지 않아 결국 소각으로 처리하다 보니 기존 문제를 반복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업계는 일반 플라스틱의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환경업계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0년 104억6200만달러에서 연평균 21.7%로 성장해 2025년에 279억690만달러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 현재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기존보다 커진 것은 맞지만 기존 전망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주축인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기존 플라스틱과 물성이 같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과 시간이 지나면 썩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탄소를 머금은 식물을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탄소 감축 효과가 인정돼 지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은 시장의 기대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해결책으로 주목받으며 마켓앤마케츠의 전망처럼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생분해 플라스틱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기대보다 너무 늦게 썩는다거나, 반대로 너무 일찍 썩는다는 것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썩는 기간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가량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섭씨 60도(℃)의 고온이 가해져야 한다. 60도는 일반적 기온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썩는 기간이 훨씬 길어질 수 있다. 실제로 그린피스 타이베이사무소가 PLA 성분의 썩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컵, 빨대, 접시 등을 흙과 바닷물 등 자연환경에서 60일 동안 썩는지 실험한 결과 거의 분해되지 않고 원래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농사용 멀칭필름으로 쓰이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 땅에 묻힌 부분이 너무 빨리 썩어 농사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농민들의 불만이 최근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성분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오히려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썩는다는 성질 때문에 재활용 되지 않고 자연에 그냥 버려지거나 아니면 소각 또는 매립된다. 소각 시 연료가 소모되고, 매립 시 메탄가스가 방출되기 때문에 탄소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생분해 플라스틱은 겉모양이 일반 플라스틱과 같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기 힘들어 재활용 수거함에 함께 버려 버린다. 이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성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국내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재생섬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리는 투명 페트(PET) 플라스틱만 재활용에 쓰는데 여기에 가끔씩 생분해 플라스틱이 섞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섬유가 뚝뚝 끊기는 등 품질이 안 좋아진다. 그래서 선별과정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환경단체들이 우려하는 문제점은 사람들의 쉽게 쓰고 버리는 습관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문제점들 때문에 대만 정부는 작년 8월부터 공공기관, 백화점, 쇼핑센터 등 주요 소비지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시켰다.


썩지 않는다는 성질 때문에 인류의 혁신 물질로 주목받던 플라스틱. 하지만 그 성질이 이제는 인류를 넘어 모든 생명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오염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썩지 않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환경업계에서는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사용량을 줄이는 것과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재활용, 쓰레기 청소, 바이오 플라스틱,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와 같은 가짜 해결책은 모두 한계가 있다.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재 시급한 것은 플라스틱 생산을 극적으로 줄이고, 재사용 및 리필 시스템을 활성화해 플라스틱 오염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제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상위원회(INC)를 말하는 것으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마지막 5차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 조항이 마련될 예정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도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 분야에서는 효과적으로 오염 문제를 방지할 수 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재활용을 높이는 것이 현재로선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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