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여당 108석, 야당 192석의 크게 기울어진 구조를 가진 제22대 국회가 2028년 5월 29일까지를 임기로 개원했다. 보통 새로운 시작을 맞으면 축하와 덕담을 건네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국회는 첫날부터 여야 간 막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도 버리면서 채상병 특검을 비롯해 21대 국회 마지막 날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까지 극도로 관용이 없는 국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인정된 권리다. 민주당은 숫적 우세를 바탕으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뻔히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난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서 제22대 국회는 시쳇말로 싹수가 노랗고, 4년 후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자신만 옳다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서로 싸움만 계속한다면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동북아 세력균형의 구조와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과 핵 위협을 감행하고 있다. 0.6명 대의 초저출생으로 나라 자체의 소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HBM에 뒤진 삼성전자의 위기로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채상병 특검, 도이치 모터스 특검만 외치고 있으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그래서 제안한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은 지금 공수처에서 한참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고집해서 만든 수사기관 아닌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수처를 만들고도 그 기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당장 특검에 맡기자는 것은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다. 지금은 공수처의 시간이다. 수사 결과가 국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이 2년 동안 수사를 하고도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자신이 검찰에서 2년을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을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특검하자고 나서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더욱이 특검은 최소 3개월 이상 200억 원이 넘는 시간과 예산이 들어가는 '비싼' 사법행정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통령의 부인 연루 여부는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되 특검이 중립적 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예컨대 1차 특검 추천권을 학계와 법조계를 비롯한 중립적 주체에게 맡기고 야당이 그중 2~3명을 선택해 추천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특검 진행 과정에서 매일 진행 상황을 발표하게 하는 것도 정쟁과 논란을 유발할 뿐 국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중립적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한두 차례 중간보고와 최종 수사 결과 발표로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도이치 모터스 사건이 아무리 중요해도 대한민국의 미래보다 중요하겠는가.
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의 관행에 따라 합의할 것을 권고한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동일 정당에서 맡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법사위를 거쳐야 하지만 의장의 직접 상정도 가능하다. 법안 상정권을 동일 정당이 독점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가지고 개원부터 서로 싸워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어린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그 아이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국회의원은 맨날 놀기만 하고도 잘 먹고 잘 살면서 권력도 누리잖아요?" 이 말을 듣는 의원님들,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