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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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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아직 안왔다”…외신이 경고한 한국 부동산 PF부실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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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한국이 세계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 진단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비은행 금융의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균열이 나타나자 티 로우 프라이스,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우려를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 대비 3.14%포인트 올라 2011년 저축은행 사태(5.8%포인트 상승)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연체율도 작년 말보다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3.37%였던 증권사 PF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 말 13.85%, 4분기 말 13.73%로 올라온 상태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문제가 많은' PF 부채 규모가 111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926조원으로, 전년(886조원)보다 4.5% 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10년 전보다는 4.2배 증가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주목받던 부동산 PF는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 사용이 늘어났고, 증권사들은 PF 대출을 증권화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


그러나 약 19개월 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통해 신용시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작년 7월엔 새마을금고 사태마저 터지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더욱 고조됐다.


당국이 대출 보증 확대 등을 통해 위기 전염을 막고 있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티 로우 프라이스의 쿠엔틴 피츠시먼즈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축소판"이라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물론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상승이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올 1분기 레버리지 대출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6%를 넘어섰고 유럽에선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인 '정크 본드'와 국채의 격차(스프레드)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한국의 우려 수준은 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부실로 건전성 위기가 고조된 저축은행을 상대로 최근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이와 관련, 노무라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끝이 아니며, 오히려 PF 부채 스트레스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신용 위험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가하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침체로 1300억 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디폴트에 빠지고 디플레이션이 지속하는 중국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PF 문제에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씨티그룹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PF 부채 구조조정으로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0.2%로 둔화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국 당국이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일부 소형 기관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매트 최 이사도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감안했을 때 규모가 작은 비은행금융기관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1990년대 일본에서와 같이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대출 부실과 경제 타격이 심해질 경우 당국의 대응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규모로 투자해왔으며,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부동산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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