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종환

axkjh@ekn.kr

김종환기자 기사모음




‘의료대란’ 한 달, 의대 증원 2000명 조정 협의 물꼬 트이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8 10:24

윤 대통령 “증원 수 조정 않으면 대화 없다 말고 정부 믿고 대화 나와 달라”

대통령실 “의제 오픈돼 있다…대화의 장 열고 주제 상관 없이 논의할 것”

‘행위별 수가’ 전면 개편…“필수의료 분야 입원·수술·처치 대폭 인상할 것”

방재승 비대위원장 ‘대국민 사과’…“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

의대 교수들 사직 의향 확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의료대란' 한 달을 맞은 18일 정부의 방침인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2000명에 대해 조정 협의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아산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간담회를 갖고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졌다면 좋겠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의사들께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 질 저하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마시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고 직접 호소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에 앞서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에서 1도 못 줄인다는 입장을 조금 접어야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 의제에 대해서는 저희는 오픈돼 있다(열려 있다)"고 밝혔다.


장 수석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하겠다"며 “복지부의 의료계가 물밑으로는 계속 소통하면서 연락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수석의 이같은 언급은 의대 증원 규모로 정부가 책정한 2000명 숫자를 두고 향후 의사단체와 협상 과정에서 변화를 줄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당초 증원 수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 간 계속되면서 나타난 '의료대란'으로 환자들의 불편과 국민들의 피로감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월 11~15일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이 3주 연속 하락, 4주만에 30%대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 하락은 '의료대란' 지속에 대한 불만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입장 변화를 시사한 또다른 이유로 전공의 및 전임의 병원 이탈, 의대생 휴학에 이어 16개 의대 교수들까지 25일 사직을 결의,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하면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다만 장 수석은 “의료계에서 350명, 또 500명(증원) 이렇게 (말)하는데 왜 350명이고, 왜 500명인지 그 근거를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며 “인력 수급 문제라는 게 500명은 좀 과하니까 300명, 이렇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는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오늘 서울 주요 5개 대형병원 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내일은 국립대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한다"며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늘리기 위해 현행 수가(酬價·의료행위에 지불하는 대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행위별 수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가치 수가 제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현행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개편해 신속하게 '상대가치 점수'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상대가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줄이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적용 중인 가운데 향후 4차 상대가치 개편 시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수술·처치를 대폭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또 근거 중심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표준 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 기준으로 삼을 패널 병원은 현행 100여개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방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고,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낸 제6차 성명서에서 “국민과 대통령실의 눈을 가리고 품위 없이 망언을 일삼는 조 장관과 박 차관의 해임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는 조건 없는 대화, 그리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의료정책을 원한다"고도 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