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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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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원자력 세미나/패널토의] “오는 7월 SMR 선도국 전략 발표…공기업 중심 아닌 민간기업과 함께 가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4 10:20

본지·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제7회 원자력 세미나’서 전문가 토론

민간 기업의 소형모듈원전 사업 참여 제안…혁신형소형모듈원전 개발 강조

세미나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7회 원자력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원자력 발전은 지금처럼 정부와 공기업 위주로는 늘릴 수 없습니다. 대형 원전의 대안인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하려면 민간 기업의 참여가 필수입니다."


원자력 발전 분야 전문가들은 에너지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7회 원자력 세미나'에 참석, 패널토론을 통해 SMR 사업에서 민간기업 참여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전문가들의 제언에 오는 7월 SMR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SMR 선도국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날 토론은 황진택 제주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에는 문상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과장,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융합과학대학원 교수, 김한곤 i-SMR(혁신형소형모듈원전) 기술개발사업단 단장, 강홍규 두산에너빌리티 기획 상무가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진태영 전북대 자원에너지공학과 조교수가 'CFE(무탄소에너지) 추진 현황과 과제',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이 '민간중심 i-SMR 사업화와 K-원전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민간기업, 불확실한 SMR 사업 투자 유치에 더 유리… 재생에너지와 대립관계 아니다"

황진택

▲황진택 제주대 전기공학과 교수(좌장)가 1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원자력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황진택 교수는 “원자력이 다음 세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가 지금 화두라고 할 수 있다"며 “산업이 바뀌는 과정에서 정책과 규제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의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원자력 관련해서 큰 변화가 오는 이때 전문가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기업들도 많은 비즈니스 솔루션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상민

▲문상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과장이 1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원자력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산업부는 SMR 사업에서 민간 참여를 더욱 지원하고 오는 7월에 SMR 선도국 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상민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정책과장은 “지난해까지는 원전산업의 정상화와 복원 작업을 많이 해왔다면 올해부터는 원전을 새로운 미래, 육성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과장은 “오는 7월까지 SMR 선도국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내용적으로는 SMR 시장 거버넌스와 i-SMR 사업화 체계, 민간 참여 방안이 포함될 것이다. 한수원 중심으로 가는 구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과장은 또 “원전산업 로드맵을 2050년까지 장기플랜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로드맵에는 정책비전 파트와 신규 원전이 당연히 들어가고, 기자재와 원료 등 공급망도 중요하게 들어갈 것이다. 또한 O&M(운영 및 관리)과 파운데이션을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R&D) 인력, 수출 전략 등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우영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이 1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원자력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민간 기업이 SMR 확대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SMR은 아직 명확한 실체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리스크를 더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민간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게 더 낫다는 분석이다.


박우영 본부장은 “IT기업들이 제시하는 사업들을 보면 굉장히 도전적인 비전과 사업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사업 실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SMR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SMR도 민간기업들이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면 충분히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과거 원전사업은 정부와 공기업 주도하에 이뤄져 왔다. 하지만 공기업과 정부는 불확실한 리스크를 안고 SMR에 투자하기 어렵다"며 “도전의식을 가진 민간기업이 SMR에 참여해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사실 이런 준비들이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다"며 “전통적인 원전 선진국은 이미 원전산업 지원과 관련 정책을 특별법으로 시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이제 원전은 SMR 중심으로 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SMR은 일단 크기가 작아 대형 원전사업에 단점으로 생각됐던 것을 보완할 수 있다. SMR 중심으로 세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후발주자로 SMR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경험이 많고 i-SMR에 대한 노하우도 쌓았기 때문에 충분히 기술개발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한곤

▲김한곤 i-SMR 기술개발단장이 1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원자력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SMR이 노후 석탄발전을 대체하고 재생에너지와 상호보완적 관계로 갈 수 있다고 강조됐다.


김한곤 기술개발단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크게 보는 시장이 노후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시장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부지는 송전망 등 기반시설이 이미 다 갖춰져 있다"며 “그런데 해당 부지에는 기존 대형원전이 들어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석탄화력발전의 설비용량이 500메가와트(MW), 800MW로 크지만 해외는 대부분 100MW, 300MW 규모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 석탄화력발전 부지는 일반적으로 원전보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라 대형원전보다 SMR이 현실적이다. 우리가 개발중인 i-SMR이 한기당 설비용량을 170MW 규모로 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를 개발하기보다 한 가지의 확실한 노형을 개발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i-SMR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술이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원전 개발의 목표는 안정성과 경제성"이라며 “이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i-SMR은 여기에 유연성이라는 가치까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SMR은 신재생에너지와 경쟁할 전원은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SMR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둘 다 경직성 전원이라 대립구도로 만들려고 하는 세력이 있는데 SMR은 유연성을 확보해 CF100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상호보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세계적으로 최초 호기 사업이 관건이다. 누구나 최초의 타이틀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한다"며 “SMR에 관심 있는 해외바이어들을 만나보면 모든 리스크가 해소된 완성품을 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관건은 우리나라 혹은 해외 어느 국가에서 테스트를 완료할지, 그래서 최초 호기 건설에 대한 리스크를 누가 안을 것인지와 함께 민간기업이 언제 들어오느냐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MR, 탄소중립 달성 위한 현실적 선택…전 세계 시장에서도 자리잡을 것"

정연제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융합과학대학원 교수가 1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원자력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이날 토론에서는 국내 상황에 맞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SMR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꼽혔다.


정연제 교수는 “10년 가까이 전력정책을 연구한 결과 안정적인 공급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발언했다.


정 교수는 “바람직한 자원이라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실패한 에너지 정책"이라며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최종 에너지 소비를 전기화하고, 무탄소 발전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라면서도 “꼭 재생에너지로 이를 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파했다.


각국의 △지리적 여건 △산업 구조 △부존자원 형태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리다.


내연기관 차량 퇴출을 선언했던 독일이 기조를 바꾼 것도 거론했다.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국의 이익이 걸린 이슈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우리의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게는 원전이라는 좋은 옵션이 있다"면서도 “신규 원전을 건설 가능한 입지가 충분치 않고, 송전망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등의 어려움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집중하다 보면 공급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일명 '전력섬'이라는 점도 잊어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좋은 발전원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재생에너지에 유리한 국가들의 목소리가 확대 해석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강홍규

▲강홍규 두산에너빌리티 기획 상무가 13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원자력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원전 업계선 SMR 보급을 위해 고품질 제품을 짧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강홍규 두산에너빌리티 기획 상무는 “원자력은 청정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강 상무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각광받기 전부터 스마트·혁신형 SMR 개발에 참여했다"며 “지금은 해외 업체와 협력해 SMR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MR은 증기발생기·가압기 등을 하나의 모듈 안에 넣은 것"이라며 “대형 원전보다 건물 크기가 작다"고 부연했다.


다만, 대형 원전보다 제작에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좁은 공간에서 용접하는 장비와 특수 열 전달 튜브를 만드는 설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 상무는 “SMR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품질 제품을 짧은 기간에 만들어 저렴하게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분말을 이용하는 기술과 기존 대형 원전에서는 3개월가량 소요되는 용접 관련 작업을 1주일로 줄이는 기술 등을 활용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어 CFE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태영 교수는 “CFE얼라이언스에서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나서 세상에 내놨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도를 만들어 공표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만들어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만 활용되고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CFE얼라이언스에서 국제적으로 동참을 독려하고 국제적 합의를 이루는 게 최우선이다. 앞으로도 이 내용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내용을 준비하고 있지만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은 낮다. 전력시장과의 연계방안에 대한 검토도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R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스토리 텔링)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원필 기획평가위원은 “SMR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어떠한 인상을 주는지가 중요한 요소"라며 “CFE과 i-SMR을 너무 부풀리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면서 단순한 1분짜리 말로 설득할 수 잇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기후변화 대응에서 원자력이 본격 논의된 건 5년 정도밖에 안 됐다"며 “유럽에서 저항이 가장 심했다. 하지만 원전사업을 본격화하는 프랑스라는 막강한 우군이 있어 유럽에서도 1~2년 후면 충분히 원자력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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