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오플로우 CI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의 인수·합병(M&A) 이슈로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이오플로우가 깊은 늪에 빠져있다. 수익성과 유동성 모두 악화한 상황에서 매각이 철회됐지만 이에 대비한 '플랜B'는 없다. 거점 대비 주가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이오플로우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를 구성하고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대감 높았던 M&A…주가도 상승세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오플로우의 주가는 올해들어 5000~6000원 선에서 등락을 하고 있다. 역사적인 저점 부근이다. 반년 전만 해도 이오플로우는 주가가 2만8000원도 넘어서며 고공비행 중이었다.
이오플로우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M&A의 실패다.
지난해 12월 이오플로우는 미국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메드트로닉과 맺은 인수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유상증자와 주식양수도계약도 모두 해제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오플로우 설립자 김재진 대표와 루이스 말레이브 이오플로우 미국법인 사장은 각각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김 대표가 보유한 이오플로우 주식 전량을 주당 3만원에 메드트로닉에 넘기기로 했었다.
이오플로우가 개발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의 시장성을 높게 본 M&A였다.
이오플로우 주가는 지난해 2월 메드트로닉의 인수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진 뒤부터 이미 급등한 상태였다.
◇매각 철회 이후 대책 전무…주주 불만 최고조
그러나 지난 8월 미국의 인슐린 펌프 업체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지적 재산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오패치를 유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결국 메드트로닉이 인수를 취소하면서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메드트로닉과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어 일단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하루빨리 흑자 기조로 전환해서 재무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열고 본인의 주식담보대출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투자자를 유치해 회사 사정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김 대표의 주식 중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반대매매로 시장에 풀렸고 추가 투자자 유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에 따라 주가 하락이 심화하면서 개인 주주들의 원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이오플로우의 개인주주들은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지분을 모으고 주주연대를 구성했지만 실질적인 주주연대 활동은 멈춰있다.
이오플로우의 주주연대는 어렵사리 선출한 주주연대 대표가 주주들과의 마찰로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오플로우의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M&A 불발이지만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최대주주인 김 대표라고 보고 있다.
회사 매각을 고려하던 시기에 주식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아 주식을 더 산 것이 결국 반대매매라는 악재를 불렀기 때문이다.
주주연대도 김 대표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분율이 여전히 높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자금난 해소 관건…주주 “갈길 먼데 동력 부족"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이오플로우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어 주주들의 걱정이 크다.
이오플로우는 매년 판매관리비로 약 300억원의 자금을 사용하는 회사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CB 등을 조기상환하며 보유자금이 100억원 수준으로 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오플로우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CB발행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단순 운영자금 외에 추가로 인슐렛과의 소송에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해결할 대책은 아직 공개된 바 없다.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93억원, 당기순손실은 605억원이다. 모두 전년 대비 손실폭이 크게 늘었다.
대책 없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매우 높아지는 중이다.
한 이오플로우 주주는 “대표를 해임하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특허 소송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