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김철훈

kch0054@ekn.kr

김철훈기자 기사모음




[기자의 눈] ‘제약 세계화’ 막는 AI 데이터 규제 개선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1 17:30
김철훈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제약 분야의 인공지능(AI) 연구자는 최근 국내 AI 기반 신약개발 현주소를 물은 기자에게 “아직 초기단계라 국가별 경쟁력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면서도 AI 신약개발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 자체는 세계 최상위권임에도 신약개발 상용화를 뒷받침할 법 제도 등 인프라 부족으로 자칫 초기부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AI 기반 신약개발 알고리즘 기술수준'은 미국·유럽·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이나 관련 특허의 질적 수준, 관련분야 논문 1건당 피인용 평균수치 등은 세계 10위권 밖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I를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료'인 빅데이터 활용도에서 경쟁국에 한참 뒤쳐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약개발을 위한 빅데이터는 환자의 유전체 등 '생물학 데이터', 신약 후보물질인 각종 '화합물 데이터', 약물의 실제 인체 투여 반응을 보여주는 각종 '임상 데이터' 및 '약리학 데이터'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약 선진국인 미국·유럽과 비교해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 자체가 적고, 표준화가 미흡해 통합 및 호환이 어려우며, 비공개 데이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유전체 등 생물학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에, 약리학 데이터는 기업 지식재산에 해당돼 공개 수준이 더욱 낮다.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보유기관과 협의 또는 허락받는 데에만 수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정부는 2021년 '데이터 3법'을 개정해 개인정보 익명화 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익명화가 오히려 데이터의 품질과 호환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차원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이나 데이터 유출 없이 AI가 솔루션을 도출하는 연합학습 기반의 신약개발 플랫폼 'K-멜로디' 사업 등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웅제약이 지난 40여년 간 신약연구 과정에서 축적해 온 총 8억개의 화합물 데이터를 자체 구축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빅파마와 연구개발(R&D) 격차가 커 AI 기반 신약개발은 R&D 격차를 줄일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모처럼 찾아온 글로벌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데이터 사용절차 간소화 △익명화 데이터 통합운영 △연합학습 기술개발 가속화 등 정부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