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일명 '한국형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 '천궁-Ⅱ'가 중동에서 또 한번의 대규모 수출길에 오른다.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4조3398억원 상당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공시했다.
이는 2022년 매출 대비 194.11%에 달하는 규모로 아랍에미리트(UAE)향 수출에 이어 체결된 4조원대 계약이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다. 당시 정부는 대공·화력 무기체계 등의 방산 수출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8~2022년 세계 무기 수입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국가다. 미국에 쏠려있던 무기 구매처도 한국 등으로 넓히고 있다.
정유 시설과 국제공항이 공격 받는 등 인근 지역 내 리스크가 고조된 것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미사일·드론·로켓 등으로 위협 수위를 높인 것도 이번 계약에 영향을 끼쳤다.
천궁-Ⅱ는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MFR) △발사대 차량이 1개 포대를 구성한다. 이 중 LIG넥스원은 사격통제소와 미사일 및 체계종합을 맡는다. MFR과 발사대는 한화그룹 방산계열사들이 생산한다.
천궁-Ⅱ는 최대 마하5의 속도로 탄도탄을 발사해 항공기와 탄도탄 등을 요격한다. 발사대 1대당 총 8발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와 요격 가능 고도는 각각 20~50㎞, 15~40㎞에 달한다.
높은 가성비도 강점이다. 천궁-Ⅱ가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 1발당 가격은 15억원 수준으로 미국 PAC-3의 절반 이하다.
자국을 향한 공격 수단에 대해 '교환비'를 높여야 하는 사우디가 천궁-Ⅱ를 솔루션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난 해소를 위해 국제유가 반등을 모색한 사우디가 개당 1000만원도 되지 않는 드론을 향해 50억원에 달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K-9 자주포·T-50 계열 항공기·K-2 전차 등 한국산 무기체계가 중동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린 것도 언급된다. 사우디도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으로 후티 반군 차량을 공격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중동 지역의 불안에 불을 지폈다"며 “드론의 공격력이 날로 상승하는 만큼 중동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천궁-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