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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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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갑진년 새해에 주목할 기후변화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8 08:11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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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2023년은 지난 10만 년 동안 가장 더운 해로 관측됐다. 이러한 지구온도 상승은 유례 없는 폭염, 폭우, 산불 등 기상재해를 초래해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연구진은 2022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을 약 1940조원으로 추정했다.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 끼친 영향은 더 심각하다. 2023년 11월 미국 생명공학 회사 긴코 바이오웍스는 에볼라,코로나 등 기후변화로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4종의 확산으로 사망자수가 2050년에는 2020년 대비 1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맞춰 발간된 ‘Global Risks Report 2024’에서 세계 각계 전문가들이 ‘2024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극심한 이상기후(extreme weather events)’를 1위로 꼽은 이유다. 초유의 기후위기에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기후-통상 연계의 가시화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국제협력 기반이 더욱 약화된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심해지자 기후변화 규범의 파편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기후대응과 통상정책을 연계시키기 시작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투자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시작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에 탄소세를 추가로 부과하는데, 올해 이러한 기후-통상 연계의 경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둘째, 기후기술 투자의 가속화다. 기후기술은 청정에너지, 에너지효율, 자원재활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2023년 507GW의 신규 설비가 추가돼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 가격은 기후-통상 연계와도 맞물려 있다. 예컨대 IRA 보조금으로 그린수소의 기술가격이 약 50%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술 개발 및 보급의 핵심 요건이 기술 가격이고 기술 스케일업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기후기술 투자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교역이 GDP의 85%를 차지하는 개방형 통상 국가인 한국은 기술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민감한 이슈다.

셋째, 국제감축 준비의 본격화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총 2억9100만톤으로 이 가운ㄷ 12.9%인 3750만톤은 국제감축분이다. 국제감축사업이란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얻기 위해 행하는 기술지원, 투자 및 구매 등의 사업으로 국내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감축실적을 인정받아 국내로 이전 받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작년 대비 지원 예산을 2배 넘게 늘렸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무려 5배 넘게 늘려 잡았다. 이는 확보해야 하는 국제감축 양은 많은데 남은 시간은 부족해 다양한 기술과 자금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준비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마지막으로 그린워싱 시비의 현실화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사태와 ESG 열풍이 겹쳐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친환경 홍보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2022년 영국 성인 16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가 기업의 친환경 홍보가 검·인증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주장하는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가 위장일 경우에 해당되는 ‘그린워싱’을 의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자사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 중 41.4%가 그린워싱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최근 1년간 한 건 이상 게재했다는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가 2023년 8월 말 공개됐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 2023년 9월부터 시행해 그린워싱 시비의 현실화를 예고했다.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올해 기후변화 관련 이슈들의 전개 과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모호한 정책에 대해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민간 실무 현황을 정확히 모르는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고객사 및 협력사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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