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7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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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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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후쿠시마 방류수, 과학적 사실은 이렇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6 08:54

고범규 (사)사실과 과학 네트웍 정책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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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범규 (사)사실과과학네트웍 정책기획본부장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8월 24일부터 방류가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는 지난 11월 30일까지 총 2만3351㎥가 방류됐다. 지금까지 방류된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총 3조2000억Bq로 연말까지 예정된 추가 방류량까지 고려하면 올해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약 4조6000억Bq이다. 4조6000억Bq의 삼중수소를 무게 단위로 환산하면 약 13mg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후에도 매년 62mg 이하의 삼중수소 배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수준의 삼중수소는 우리나라는 커녕 일본 후쿠시마 연안에서조차 유의미한 환경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자연 및 인공적으로 배출되어온 삼중수소의 양과 비교한다면 매우 적은 양이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반감기 약 12.32년의 방사성 핵종으로, 자연적으로는 지구 대기 상층부에서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삼중수소는 매년 약 150~200g이 빗물을 통해 해양으로 유입되며, 발생량과 반감기에 의한 소멸량을 합쳐 약 3.5~4kg이 해양에서 평형을 이룬다. 인공적 요인의 삼중수소는 전 세계의 원자력 시설에서 매년 약 80g이 배출되는데 이는 올 한해 후쿠시마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6000배 이상 많은 양이다.

전 세계의 원자력시설 중 가장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곳은 프랑스 라아그(La Hague) 핵연료 재처리 시설인데, 이곳에서만 매년 30g 안팎의 삼중수소가 배출된다. 후쿠시마와 비교하면 최소 500~수천배의 삼중수소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라아그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상당히 낮다. 당연히 라아그 주변 생태계 역시 별다른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는다.

라아그 재처리 시설보다 더 많은 삼중수소를 유출시킨 사례를 살펴보면 어떠할까? 오늘날 지구 바닷속에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대부분은 1960년대 전후로 실시된 대기권 내 핵실험에 의해 발생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에 따르면 대기권 내 핵실험으로 발생한 삼중수소의 총량은 약 600kg이나 되며 지난 60여년간 약 5차례의 반감기를 거쳐 현재는 약 20kg이 바닷속에 잔존하고 있다. 특히 핵실험이 정점에 도달했던 1963년에는 북반구에 내린 빗물 속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 당 470Bq에 달했다. 당연히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영토·영해에 빗물로 직접 내린 삼중수소의 양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된 총량보다도 수백배 이상 많다.

후쿠시마에서 배출된 삼중수소는 태평양을 비롯한 대양에서 희석된 이후 우리나라에 도달하므로 실질적인 영향력은 냉전시기 우리나라에 직접 비로 내렸던 삼중수소의 수십만분의 일 이하로 볼 수 있다. 후쿠시마에서 매년 62mg의 삼중수소가 배출된다고 한들, 우리나라에 대한 환경 영향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특정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지구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처럼 주장한다. 이는 방사선 및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 대중에 널리 퍼졌던 뿌리 깊은 공포심과 반일 감정에 기인한다. 일본은 역사적 악연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 뿌리깊이 남아있는 국가다. 우리와 경제적·군사적으로 동맹관계인 동시에 경제·문화·외교적 측면에서 서로 아슬아슬한 경쟁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본과 같은 국가를 대상으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면 과학적 사실관계에 어긋난 주장을 내세우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한편 원자력 및 방사선 전문가 집단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세를 견지하되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으며 투명한 정보 를 전달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이 진영 논리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가 집단이 일종의 집단 지성체계를 구축해 대중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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