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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사진=픽사베이) |
1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국제 구리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3.6달러(톤당 7 936달러)로 지난 10개월 동안 15% 넘게 급락, 올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산업 분야 전반에 사용되는 구리는 글로벌 경기에 선행적 특징을 보여 ‘닥터 코퍼’로 불린다.
이와 함께 달러 강세, 글로벌 제조업 둔화에 이어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에서 공급차질이 해결되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을 이끈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구리값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가격이 앞으로 폭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구축, 전기차 제조 등에는 상당한 양의 구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전환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 몇 년간 채굴업체들로부터 신규 공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청정에너지, 배터리, 송전망 등을 구축하는 업체들은 더 많은 구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전체 소비량의 10% 미만을 차지한다"면서도 청정에너지 시장이 성장하지 않았을 경우 구리 가격은 지금보다 15% 가량 더 낮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실제로 중국 태양광 시장은 아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태양광과 관련된 중국의 구리 수요는 작년 동기대비 15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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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리 선물가격 추이(단위=파운드당 달러,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
이에 채굴업체들도 공급확대를 위한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초대 원자재 회사인 글렌코어의 게리 네이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글로벌 구리 수요가 먼저 확인되어야 신규 공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향후 30년간 구리 공급을 책임질 아르헨티나의 한 광산을 개장하기 전에 가격이 파운드당 최소 4.50달러(톤당 9920달러)에 먼저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광산 대기업인 프리포트 맥모란의 캐슬린 쿼크 CEO 역시 구리값이 회복돼야 새로운 투자에 나설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니콜라스 스노든 금속 전략가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시장은 결국 공급부족에 직면해 구리값이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극심한 공급부족으로 구리 가격이 뛰는 것은 언제의 문지이지 만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운 광산이 개발되려면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신규 투자가 시급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이 입을 모은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31년 구리 시장에서 650만 톤의 구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는 공급부족으로 내년과 2025년 구리 가격이 각각 파운드당 4.50달러(톤당 9920달러), 6.80달러(톤당 1만 4991달러)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원자재값이 오르면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올라 화석연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전기차 경우 생산에 내연기관차보다 3∼4배 더 많은 구리를 사용한다.
일각에선 청정에너지 기술이 발전되면 공급부족 압박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CRU의 사이몬 프라이스 기술 총괄은 전기차 배터리의 구리 포일을 더 얇게 하면 전기차 생산에 요구되는 구리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