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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나로 향하는 길 |
멀미가 심하고, 어린 아이 엄마고, 그래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그녀가 혼자 여행을 하게 된 사연은 무엇이고, 그 여행을 통해 그녀는 무엇을 얻었을까?
엄마 10년. 아이가 잠들면 엄마는 서재로 숨었다. 책을 부여잡고 한 시절을 버텼다. 이후로 네 권의 책을 쓰는 사이 아이는 쑥쑥 자랐다. 하루가 다르게 엄마 손을 떠나가는 아이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토록 기다렸던 시간이건만 무언가 쓸쓸하고 뭉글했다. 자주 울컥하며 되뇌었다. ‘한 시절이 끝나고 있는 거야. 이렇게 한 시절이 지나가는 거야.’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은 산더미 같은 걱정을 생산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조급한 마음으로 언제나 서둘러야 했던 시간이었다. 용납할 수 없는 실수가 벌어지지 않도록 긴장하며 채찍질했다. 출산 후 만 9년이 지나도록 손가락이 성한 곳이 없었다. 긴장이 될 때마다 피가 나도록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건물 입구에서 손소독을 할 때마다 손끝 상처에 닿은 알코올의 쓰라림에 몸서리를 쳤다. 아픔의 강도가 유난히 심했던 어느 날, 등줄기를 타고 머리끝까지 쩌릿해지는 통증 속에 저자는 생각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출산과 독박 육아, 경력 단절의 시간이 흘러 엄마와 아이 모두 10살이 된 저자가 계획한 혼자 여행은 결별과 시도, 도전의 여정이었다. 엄마로, 아내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느라 정작 자기에게는 소홀했던 나와의 결별. 면허는 있지만 운전할 줄 모르고 지하철만 타도 멀미를 하는 몸이라 사는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자신와의 결별.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혼자 여행을 가고, 4주에 한 번 네일숍에서 젤네일을 받았다. 여행과 네일은 그녀를 엉뚱한 곳에 데려다 놓는 행위이자 특별한 의식이었다.
혼자 떠나리라 계획했지만, 삶이 그렇듯 하물며 여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첫 여행은 아이와 남편과 셋이서 시작됐고, 부모님과의 여행, 남편과 시어머니의 가슴 찡한 모자 여행, 제주도 올레길 여행, 타인과 함께 하는 앙상블 여행 등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그녀답게 흘러갔다.
그사이 단단한 젤네일의 보호 아래 손톱이 자라났다. 저자는 잔뜩 긴장해서 손톱을 뜯는 상황을 줄여갔다. 주말도 없이 매일 7시간씩 내리 앉아 원고를 쓰던 작업 방식을 버렸다.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책을 위한 글쓰기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딱 오전 한 타임만, 하루에 A4 1페이지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평일 중 3~4일만 썼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오로지 즐거움을 위한 글을 썼다. 틈틈이 피아노를 치고, 자주 책을 읽었다. 주말은 일을 하지 않고 쉬었다.
책방 여행을 하면서 보낸 날들은 저자만이 아니라 저자의 주변까지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저자의 남편은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한 달에 한 번 혼자만의 차박 여행을 하게 됐다. 아이는 친구들과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노원에서 신촌으로, 그 다음엔 버스를 타고 동대문으로 지평을 넓혀갔다. 1년 동안 저자는 소설가라는 새로운 꿈을 꾸었고, 그림을 좋아했던 자신을 발견했으며, 요가를 시작했다.
책구름 걷기 여행 시리즈 걸어간다 살아간다 여섯 번째 이야기 ‘나로 향하는 길-열두 밤의 책방 여행’. 멀미가 심한 저자가 집에서부터 책방까지 대중교통으로, 걸어서 가는 여정부터 저자가 머물렀던 책방, 음식점, 카페, 북 스테이 정보까지. 여행이 낯설고 어려웠던 이들도 저자를 따라 도전하고 일상에서 실행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목 : 나로 향하는 길 - 열두 밤의 책방 여행
저자 : 김슬기
발행처 : 책구름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