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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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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된 美 ‘대퇴사 시대’…기업 감원 칼바람 거세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7 14:37
Unemployment Benefits

▲미국의 한 구인공고(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경기둔화 우려로 이직을 원하는 근로자들이 급감하자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엔 사무직 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이나 근로 조건을 찾아 떠나는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가 펼쳐졌지만 이제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이 줄자 기업들의 정리해고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일부 대기업이 최근 매출이 감소하자 프로젝트를 연기해야 할지 인력을 추가로 감축해야 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낮은 퇴사율로 공석이 줄자 부서간 이동이 어려워졌는데, 이로 인해 핵심 직원들의 사기를 어떻게 유지시킬지 고민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는 직원들이 급속하게 늘었지만 최근들어 노동시장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일부 임원들은 노동시장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바뀌는지 놀랍다고 털어놓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에 달했던 총 퇴사율(총고용에서 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월 석달 연속 2.3%를 유지했다. 또 실업률은 9월 3.8%에서 지난달 3.9%로 소폭 상승해 여전히 역사적 저점 근처를 맴돌고 있지만,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절반으로 줄어 15만명 증가에 머물렀다.

인력 서비스 업체 아데코는 지난달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현 직장에 머물고 싶어 하는 근로자가 작년 61%에서 올해 73%로 늘었다고 밝혔다.

아데코의 데니스 매추얼 최고경영자(CEO)는 "확실히 인력의 자연 감소가 줄고 있다"면서 "거시경제가 썩 좋지 않아서 근로자들은 밖이 춥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제약회사 페링제약도 올해 들어 퇴사하는 직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대퇴사 시대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 입장에서 퇴사자 감소 추이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직원이 너무 낮을 경우 기업 성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페링제약의 퍼비 테일러 인사담당 부회장은 "퇴사는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로 하는 직원들을 새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퇴사율이 충분하지 않을 때부터 회사가 정체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직원해고를 단행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몇 달간의 해고가 부분적으로 낮은 퇴사율 때문이라고 지난달 중순 설명했고, 웰스파고도 퇴사자가 적어 앞으로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뱅코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내핸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동안 우리는 지난해 ‘대퇴사’에서 사상 최저 수준의 퇴사율로 흐름이 바뀐 것을 목격했다"며 "이는 총직원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CNBC는 미국 금융기관 중 직원 수 기준으로 2위 업체인 씨티그룹이 최소 10%의 인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씨티그룹 임직원은 24만명으로, 10%가 해고된다면 2만4000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이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월가에서 수년 만에 가장 큰 인원 감축이 된다.

암호명 ‘프로젝트 보라보라’로 알려진 이 조직개편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앞으로 몇 주 안에 감축 인원은 바뀔 수 있다.

일각에선 이직율이 낮은 시기에 감원이 단행되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기업들은 전반적인 구조조정 이전에 바이아웃(계약만기 전에 일정한 보상을 하고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는 일종의 명예퇴직), 성과 평가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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