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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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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호재'에도 국제금값 시세 지지부진…"중동 정세가 좌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7 11:41
골드바

▲골드바(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중단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음에도 국제금값 시세의 상승 흐름이 제한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국제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988.6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53% 하락 마감했다.

국제 금 가격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이에 따른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지난달 초 온스당 1831.80달러까지 추락한 바 있다. 금은 전형적인 반(反)달러 안전자산으로, 저금리와 달러 약세 현상이 발생하면 금 수요가 늘어난다. 반대로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이자를 내지 않는 금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를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자 금값이 단숨에 급등해 지난달 30일 2005.60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자 금 가격이 한달만에 7% 가까이 급등, 지난 3월 이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그 이후의 금값 시세 흐름이다.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연준은 "가계와 기업의 더 긴축된 금융 및 신용 환경은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한 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9월 점도표와 거리를 두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16년 만에 처음으로 5%선을 돌파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65%까지 급락했다.

이는 금값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정작 금 가격은 2000달러선 위에 안착하지 못한 채 횡보세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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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국제금값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정책보단 아직까지는 중동정세가 금값 향방을 더 크게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투자매체 테이스티라이브의 크리스토퍼 베치오는 "금값 강세를 촉발한 지정학적 위기가 소진되고 있다"며 "특정 지정학적 이벤트에 기반한 금값 랠리가 지속되려면 갈등이 꾸준히 고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금값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 그가 보유한 금 포지션을 최근 엑시트(자금회수)했다고 귀금속매체 킷코에 말했다.

독일 헤라우스의 애널리스트들도 최근 보고서를 발표해 "최근 온스당 2000달러까지 200달러 가량 오른 금값은 FOMC 회의 결과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중동 분쟁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심리에 피로감이 보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앞으로 분쟁이 크게 고조되지 않을 경우 향후 몇 주에 걸쳐 금값에 대한 전쟁 프리미엄이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바바라 램브레히트 전략가 역시 "중동 갈등이 격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금값의 상승 여력이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금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하면서 금값이 1953달러에 지지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또 금값이 1900달러까지 떨어지면 상승세가 반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미국 경기 둔화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확신이 나와야만 금값이 2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TD증권의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다음 움직임이 금리인하라는 점이 확인될 경우 투자자들은 익스포져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경제 지표가 실질적으로 약화되기 전까지 온스당 2100달러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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