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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
이 속담은 내게 격언으로 작동했다. 아이러니한 건, 이 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포항의 작은 학교, 어느 반 교단에 서 있던 선생님이었다. 모든 어른이 사람은 서울로 가야 성공한다고 믿었기에 입을 모아 ‘서울로 가라’고 성화였다.
그들의 믿음처럼 서울에서 사는 것이 성공의 척도라면, 서울로 가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한 삶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어른이 됐을 때 서울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되진 않았다. 나는 지금도 포항에서 잘만 살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던 그 말은 온데간데없고 지방에 청년들이 살지 않는다며 이제는 돌아오라고 야단이다.
지방 소멸은 출생률 저하와 엮이며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문제였다. 사회가 고령화되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지방 청년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도 저마다의 이유로 청년들은 지방을 떠나 서울로,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으로 옮겨간다. 나 역시 한때는 서울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랐고, 내가 갈 곳은 서울뿐이라 믿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두 발은 포항 땅을 밟고 있다.
인터뷰 때마다 받았던 질문이 있다. 그럼에도 왜 지방에 남아 있느냐는 물음. 시간이나 지면의 문제로 그동안 충분을 답을 하지 못했다. 이제 그 대답을 제대로 할 차례다.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지’라는 말은 틀렸다. 인프라가 다르고 일자리 수와 질이 다르고, 사람들 인식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나는 5년 전에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며 ‘지방러’가 됐다. 서울을 맘껏 누릴 때는 알지 못했던 불편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니 나름 괜찮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나름 괜찮지 않다. 수도‘권’과 ‘수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 30분 동안 30년 전후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5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니, 이게 없다고?" "이게 안 된다고?!"였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았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이란.
이 책은 편집자의 당혹감에서 시작됐다. ‘나름’ 수도권에 사는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소위 말하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이 궁금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 그곳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를 작가군으로 찾았다. 그렇게 인연이 닿은 히니 작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글을 써줬다.
1장 ‘미투 이전에 우리가 있었다’에서는 가부장제가 점령한 가정, 폐쇄적이고 폭력적이었던 교육현장을 고발한다. 2장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에서는 지방 청년 여성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 소멸된 문화생활, 그리고 경북을 대표하는 기업인 포항제철의 진실을 밝힌다.
3장 ‘벤츠는 없다’에서는 ‘인연은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는 말, ‘눈을 낮추라’는 조언을 받들어 흐린 눈 연애를 했던 작가의 처참한 엔딩을 고백한다. 4장 ‘더 넓은 세상으로’에서는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서울 밖 사람들의 오늘을 조명한다.
제목 :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저자 : 히니
발행처 : 이르비치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