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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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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진출했는데…‘UAW 파업·전기차 불황’ 암초만난 K배터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25 11:05
AUTOS-LABOR/UAW

▲24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들이 시위하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빅3’와 손잡고 북미에 야심차게 진출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암초에 직면했다.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동시 파업에 돌입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합작벤처로 구축된 공장의 노동자들도 노조 협약 대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측 요구가 현실화되면 ‘K배터리 3사’의 인건비 부담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전기차 시장마저 불황에 빠지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계획이 동력을 잃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디트로이트와 한국의 280억달러 배터리 베팅이 흔들릴 리스크가 있다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손잡고 280억달러(약 37조6880억원)를 들여 북미에서 합작 배터리 공장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UAW는 이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만큼 배터리 공장의 노조화가 노사 협상의 주요 쟁점인 상황이다.

지난달 빅3 자동차 업체의 공장 3곳에서 동시 파업을 시작한 UAW는 향후 4년에 걸쳐 최소 40% 임금 인상, 전기차 생산직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UAW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노동자 또한 노조 협약 대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세우고 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6달러로, UAW에 가입한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GM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도 UAW 협약 대상으로 포함하겠다고 이달초 동의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우리는 협상을 극적으로 바꿀 뿐 아니라 우리 노조와 업계의 미래를 변화시킬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음 움직임이 확산하면 합작한 현지 공장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곳 공장에서 총 1만 9600명 가량의 직원들이 고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UAW 파업 기간 조용히 지내왔던 한국 배터리 3사는 노조가 상당한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공장을 운용하는 비용은 이미 자른 지역의 약 두 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포함해 각종 보조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배터리 3사에겐 부담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IRA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앞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 리스크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이 불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까지 올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해 작년에 비해 판매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며 전기차 재고 또한 불어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포드,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등의 지난달 전기차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배터리 가격 하락세, 전기차 수요 둔화, 재고 증가 등 요즘 전기차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미국에 상당한 투자를 발표한 부품업체 등은 현재 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 역시 "테슬라가 가격 경쟁을 촉발했고 GM과 포드는 전기차 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미국에 많은 공장을 지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공격적인 투자 속도를 늦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IRA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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