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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의 '육참골단' 매출 희생한 점유율 확보 '절반의 성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19 15:28

10월부터 '모든 코인 전면 무료화' 정책 시행...기한 미정



'눈덩이' 손실 규모 예측 불가...자본잠식 우려



'파이 뺏어오기'는 성공...빗썸 20%, 업비트 70%대 기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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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CI 및 비트코인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빗썸의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크립토 윈터(코인 시장 침체기)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만큼, 무료화 정책 시행 중인 현재도 매일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 업계 1위 업비트의 점유율이 70%대로 내려오고 빗썸이 최근 20%대로 오르는 등 아직은 ‘고육지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인 거래 시장에서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 바람이 일고 있다. 코인 거래 시장 점유율 1위를 잡고 있는 업비트의 아성을 깨뜨리기 위해 2위 빗썸이 강도 높은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빗썸은 지난 8월부터 20종 코인에 대해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실시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무료화 대상을 모든 종류로 확대했다.


◇빗썸 ‘수수료 0원’ 손실 예측 불가

해당 이벤트가 정해진 기한 없이 실시되는 만큼, 날이 갈수록 빗썸이 입는 손실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인 거래소 사업구조 특성상 전체 매출 중 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를 넘는데, 무료화 정책으로 이를 모두 포기한 셈이다. 지난 2022년경 암호화폐 시장 혹한기가 도래하며 각 거래소에서 진행하던 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 플랫폼 등 신사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실패한 영향이다.

게다가 얼어붙은 암호화폐 투심이 올해도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아, 이미 빗썸은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상태였다. 빗썸의 올 상반기 매출은 827억원으로 전년 동기(2047억원)에 비해 절반이 채 되지 않으며, 영업이익(-34억원)은 아예 적자 전환했다.

이같은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업계에서는 무료 수수료 정책 시행 이후 빗썸이 입고 있는 일일 손실 규모를 약 15억~16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빗썸의 이익잉여금이 1조146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 시 764.5일(약 2년) 뒤에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코인 거래 시장 내 업비트빗썸 점유율 추이
거래소9월 평균10월 5일~17일19일 오후
업비트85.60%78.40%71.90%
빗썸12.30%20.40%24.90%
출처=코인게코


◇빗썸 점유율 20%대로 확대 성공

단 본격적인 무료화 정책 시행 이후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는 빗썸이 원하던 결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상자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17일까지 국내 코인 시장 내 빗썸의 평균 점유율은 20.4%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 무료화 정책 시행 전인 지난 9월 한달 평균 점유율이 12.3%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한 성과가 보인 것이다. 이날 오후 기준 빗썸의 점유율은 24.9%에 달한다.

특히 ‘숙적’ 업비트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데도 성공한 모습이다. 9월 평균 85.6%에 달하던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이날 오후 기준 71.9%까지 내려왔다. 당장의 수수료 매출이라는 ‘살’을 포기한 대신, 업계 라이벌의 점유율이라는 ‘뼈’를 취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될 경우 업비트의 1강 체제가 무너지고 과거처럼 양자가 대등한 양강 구도가 이뤄지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빗썸의 한 관계자는 "코인 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 만큼, 수수료 무료화 정책은 점유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미래에 대비하려는 특단의 대책"이라며 "어느 정도 매출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수수료 경쟁 움직임이 코인 거래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점유율 3위 거래소 코인원도 지티엑스(ZTX) 등 일부 코인에 대해 최근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화는 일종의 덤핑(Dumping)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새로운 투자·연구 등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회사 간 경쟁에만 투입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또다시 코인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왔을 때 국내 거래소의 전반적인 서비스 질이 낙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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