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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위기 만호제강, 거래정지 덕에 행동주의 견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3 12:59

주총 임박해 감사보고서 의결거절…상폐 사유 발생
경영권 분쟁 중인 엠케이에셋…추진력 크게 잃어
거래정지 길수록 회사에 유리…주총도 회사 측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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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제강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경영권 분쟁 등을 겪고 있는 코스피 상장사 만호제강이 고의로 상장폐지(상폐) 위기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회사가 상폐 위기에 몰린 것이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경영권 분쟁에 나선 2대 주주의 추진력을 와해시키기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회계부정 의혹에 감사의견 거절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 만호제강은 외부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이 최근 회기 감사보고서에서 의견을 거절했다고 공시했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상장폐지 사유다. 만호제강은 6월 결산 법인으로 같은 달 27일 정기주주총회를 눈앞에 두고 상폐사유를 공시한 것이다.

인덕회계법인은 만호제강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이미 폐업한 거래처를 대상으로 매출을 인식했다가 취소한 사례와 거래처에 출고되지 않고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재고자산에 대해 수익을 인식한 사례 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만호제강 측은 이러한 회계오류 또는 회계부정과 관련된 내부감시기구의 최종 감사결과와 외부전문가의 최종 조사보고서를 감사보고서일까지 인덕회계법인 측에 제출하지 않았다.

◇엠케이에셋과 경영권 분쟁…"시총 4800억원 가능"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만호제강 측이 고의로 회사를 상폐 위기에 내몰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만호제강의 사주 측은 2대 주주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호제강은 2대 주주인 엠케이에셋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엠케이에셋은 이른바 ‘슈퍼개미’로 알려진 개인투자자 배만조 씨가 소유한 투자 전문 법인으로 다른 상장사에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 코스피 상장사 TYM의 최대주주와 지분 경쟁을 벌인 적도 있다.

엠케이에셋 측의 지분율은 지난달 14일 기준 19.87%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19.32%보다 0.55%포인트 높다. 엠케이에셋 측은 지난 2021년 3월에는 지분율 5.20%를 기록한 뒤 꾸준히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며 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투자규모를 늘렸다.

엠케이에셋 측은 만호제강의 지분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는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엠케이에셋 측은 만호제강의 자산을 재평가하고 경영 효율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시가총액을 4800억원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만호제강의 시총은 1900억원 수준이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 꼼수 실패

이런 엠케이에셋의 공세에 대해 김상환 대표와 특수관계자 측은 의결권이 제한된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합 측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려고 시도했다. 만호제강의 총직원 수는 175명으로 이들을 대표하는 우리사주조합이 회사 측의 대출 주선을 통해 190억원 어치의 자사주의 매수에 나섰다.

이에 3차례에 걸쳐 만호제강 측은 자사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에 넘겼다. 처음에는 5월 19일 장내매매를 통해 20만주가 우리사주조합으로 넘어갔고 6월 9일에는 15만주를 우리사주조합이 매수했다. 이어 우리사주조합은 6월 27일 장외매수를 통해 13만9000주를 샀다. 이 과정에서 지난 6월 있던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만호제강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5.02%던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이후 16.36%까지 올라갔다. 이를 최대주주 측과 합친다면 2대주주의 경영권 공격에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8월 외부감사인의 제지로 수포로 돌아갔다. 자사주 처분을 회계상 처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는 울고 싶은데 빰때린 것"

결국 엠케이에셋 측의 승리로 귀결되던 경영권 분쟁은 상폐위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돼서야 회사 측의 승리로 다시 전환되는 분위기다.

감사보고서 의결 거절로 주식거래가 거래가 정지되면서 엠케이에셋 측의 행동주의 주주운동 동력은 상당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길어질수록 모처럼 끌어올린 지분율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엠케이에셋 측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목표로 주주총회라는 정해진 일정을 두고 지분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만약 지분을 모으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 거래정지는 치명적이다.

무엇보다도 소액주주 입장에서 회사가 상폐되는 것보다 최악의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분쟁을 일으킨 엠케이에셋이 투심을 잡기는 어렵다.

결국 지난 9월 27일 있던 주주총회에서 엠케이에셋 측은 김 대표 측보다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도 의안 통과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만호제강의 주주들은 충분히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받을 수 있었음에도 고의적으로 상폐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은 김 대표 입장에서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것"이라며 "외부감사에 충실하게 임했다면 불성실 공시 정도로 끝냈을 일을 일부러 감사의견이 거절될 정도로 일을 키운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회사 측이 상폐에 대한 이의신청 등으로 최대한 거래정지 기간을 길게 가져갈수록 엠케이에셋 측은 버티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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