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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사모’부터 ‘건희사랑’까지…팬덤정치 20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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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한국 정치계 팬덤정치는 ‘노사모’부터 ‘건희사랑’까지 20년 역사로 이어진다.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부터 거대 양당의 대표들과 대통령 부인까지 다양하게 팬덤이 형성돼 왔다.

국내 최초 정치인 지지단체이자 정치인 팬클럽은 지난2000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지역주의를 해소하고자 서울 종로를 마다하고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부산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이어갔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 부르면서 노사모가 시작됐다.

당시 지역주의에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던 당시 386세대(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중심으로 모여졌다. 명계남, 신해철, 문성근, 전인권 등 유명 연예인이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노사모는 이후 2002년 국민 참여 방식으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임기 시절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사태 등 당의 가치와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외치기도 했다. 노사모는 지난 2019년 운영비와 서버 등을 노무현재단에 기증하고 공식 활동을 끝냈다.

이후 나타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4년부터 팬카페가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맞불이 되는 ‘비상시국 바로 알리기 결의대회’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면서 ‘태극기 부대’의 주축으로 바뀌었다. 박사모는 국정농단 게이트 관련 태블릿PC 보도에 대해서도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탄핵을 부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팬덤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 문 전 대통령 팬카페는 지난 2004년 결성된 ‘문사모’(문재인 변호사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시초다. 이후 2012년 대선을 거치며 ‘문풍지대·노란우체통·젠틀재인’ 등으로 파생되다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팬’이라는 연합 팬카페가 생겼다.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콘크리트 지지율을 지켜낸 대통령으로 꼽힐 수 있었던 이유에는 팬덤의 확장성이 꼽히기도 했다. 퇴임 시기 지지율이 40%를 웃돌고 5년 임기 평균 지지율이 51.9%에 달했다. 문파가 노사모와 대비되는 부분은 ‘우리 이니(문재인) 하고 싶은 거 다 해’로 대표되는 무비판적 지지를 추구했다는 점으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 지선, 총선 등 모든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잇따른 선거 패배에 빠졌던 국민의힘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특히 당시 재보궐 선거에서 눈에 띄었던 20대 남성 지지층은 두 달 뒤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대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때부터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이대남’(이십대 남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청년 남성층의 거의 무조건적 지지를 바탕으로 힘을 얻은 이준석 전 대표가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를 혐오와 적대의 위험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당시 탄생한 ‘개딸’(개혁의 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은 2030세대 여성들이 이준석 전 대표의 젠더 갈라치기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약 16만명이 민주당에 입당했는데 이들 중 과반이 2030세대 여성들로 알려졌다.

최초로 대통령 부인 팬클럽이 생기기도 했다. 대선 기간부터 화제를 모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인 ‘건희사랑’(페이스북)과 ‘건사랑’(네이버 카페)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일정이 늘어나면서 김 여사의 패션이나 발언 등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신업 변호사가 ‘건희사랑’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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