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안효건

hg3to8@ekn.kr

안효건기자 기사모음




박근혜 “유승민 공천 말 안 해, 김무성 연결 시도 뒤늦게”...공무원 연금 등 자부심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26 10:05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 25일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최근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번엔 언론 인터뷰로 자신과 관련한 과거 논란을 해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의 사익편취 및 국정농단 사태에 "검찰 조사에서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 씨의 비위를 알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탄핵 사태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언론 인터뷰는 지난 2021년 말 특별 사면된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 불법 개입한 것에는 "‘대통령이 총선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정말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몇몇 사람에 대해선 말했겠지만,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당에 전달하면서 ‘이 사람들은 꼭 공천하라’고 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배신의 정치’로 지적했던 유승민 전 의원에는 "명시적으로 공천을 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청와대 참모진이 제가 유 전 의원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공천 파동은)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이른바 ‘옥쇄 파동’을 일으켰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 "김 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저한테 면담 요청도 했고, 전화 연결도 부탁했는데 그게 (연결)되지 않았다"며 "그 얘기를 제가 구치소에 들어와서야 전해 들었다. 당시에 저는 전혀 몰랐던 일이고 그래서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나’ 하고 분노했지만 누구를 탓하겠나. 그것도 대통령인 제 책임이라고 본다"고 한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친박계 인사들을 향해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출마)이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면서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언급할 일이 못 된다"고 했다.

다만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며 "그것이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평가에 대해선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 한다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든가 공무원 연금 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체결 등을 거론하며 "안보를 위해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 다행이었다"라고도 했다.

그는 국정농단 특검팀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진영 대선후보로 정권교체를 한 데 대해선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탄핵 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데 대해선 "마음이 참 착잡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북핵 대응 방식이라든가,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 소식을 들으면서 나라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죄를 받은 일부 사안의 경우 억울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롯데·SK가 낸 출연금이 제삼자 뇌물죄로 인정된 데 대해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 또, 그룹 회장들에게 제가 구체적으로 후원 금액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임 시 국정원장들에게 특수활동비 36억 50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역대 정부에서도 그런 지원을 해 왔다’기에 ‘지원받아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 다만 어디에 썼는지 보고받은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제 사적 용도로 쓴 것은 전혀 없다"며 "(특활비에 대해) 법적 검토를 받지 않았던 건 정말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hg3to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