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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주 피해 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울러 필수품목 범위를 늘리거나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점주에 불리하게 바꿀 때는 점주들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이같은 내용의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를 발표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이는 행태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필수품목 갑질 문제가 가맹점주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최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하도록 가맹점주에게 강제하는 원재료 설비·비품 등을 가리킨다. 원래 이런 식으로 거래 상대방을 지정하면 안 되지만 상품·브랜드의 동질성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국내 가맹본부는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금액을 로열티로 받는 대신 필수품목 유통마진(차액가맹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가맹본부들이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시중가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팔더라도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피자 프랜차이즈는 영업에 필요한 모든 품목 중 오이, 양파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했고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는 연유, 우유, 생크림 등은 물론 주걱 등 주방 도구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했다. 한 한식 프랜차이즈는 소고기를 기존보다 낮은 품질의 부위로 변경하면서 공급 가격은 오히려 인상해 시중가의 약 2배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현행법하에서는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필수품목을 지정하더라도 공정위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사후적으로 제재할 수밖에 없고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개입하기 어렵다.
이미 가맹점을 연 점주로서는 가맹본부가 마음대로 필수품목을 늘리고 가격을 올리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예비 가맹점주들은 전년도 필수품목 지정 현황 등이 담긴 정보공개서를 보고 가맹 여부를 결정한다.
업종별 평균 필수품목 마진 수취 현황(2021년)을 보면 치킨은 가맹점당 연간 3100만원에 달했고 피자와 제과제빵도 각각 2900만원, 한식은 1700만원으로 높았다.
당정은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필수품목 항목, 현재 공급가격, 향후 공급가격 산정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필수 기재토록 할 계획이다.
공급가격 산정 방식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인상한다든지 유통 마진을 몇퍼센트 붙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각 가맹본부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조만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범위를 늘리거나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점주에 불리하게 바꿀 때는 가맹점주, 점주 협의회 등과 협의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연내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가맹점주의 ‘합의’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본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성실히’ 협의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가맹점주의 고혈을 짜는 필수품목 갑질 행태가 개선되고, 불이익을 받은 가맹점주가 분쟁조정·민사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기도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필수품목 세부 판단 기준과 구체적 사례를 담은 ‘가맹사업거래상 거래 상대방 구속행위의 유형에 대한 고시’도 제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필수품목 지정 실태를 점검하고 위반 행위 적발 시 제재할 방침이다.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