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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지지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집회에서 중계방송으로 표결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연합뉴스 |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그간 이 대표 수사를 정부·여당 책임으로 돌려왔던 민주당도 할 말을 잃게 된 상황이다.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과 야유를 퍼부었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러 차례 의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지만 민주당에서는 "장관이 검사냐", "여기가 법정이냐", "피의사실 공표 아니냐" 등 항의가 잇따랐다.
이에 한 장관은 의원들을 향해 "이것은 어떤 인물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범죄 혐의에 대한 문제"라며 "범죄 혐의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판단하려 그러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는 국무위원으로서 여기서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로도 항의가 끊이지 않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 장관에게 남은 원고를 요약해서 발언하도록 했다.
애초 A4용지 18쪽 분량의 원고를 준비했던 한 장관은 증거관계에 관한 설명을 생략하고 체포 동의 필요성만 간추려 읽은 뒤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이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순간 여야 간 ‘침묵의 방향’이 뒤집혔다.
투표가 종료되고 김 의장이 "총투표수 295표 중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발표하자 여당 의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대로 민주당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술렁인 가운데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일부 의원들만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이수진 의원(비례)은 "이게 당이냐", "누군 바보인 줄 아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진성준 의원은 들고 있던 종이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의석에 앉아 깍지 낀 손을 이마에 댄 채 생각에 잠겼고, 이수진 의원(동작)은 뒤통수를 손으로 감싼 채 고개를 푹 떨궜다, 문정복 의원은 표 계산을 해보는 듯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지도부 의원들은 팔짱을 끼고서 본회의장 뒤쪽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중간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무효표를 두고 여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해 국민의힘이 양보하면서 이내 정리됐다.
이날 감표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가’ 옆에 희미한 점이 표시돼있는 투표지였다.
체포동의안 투표용지에는 한글 또는 한자로 찬성을 뜻하는 가(可) 또는 반대를 의미하는 부(否)만 표기하도록 돼 있다.
다른 글자나 마침표 등 기호를 표시하면 무효로 처리되고, 투표용지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엔 기권으로 처리된다.
그간 정부·여당을 거세게 비판해온 민주당이 자당 결정에는 침묵하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개딸)들이 되레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욕설하는 등 분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너희가 인간이냐"며 소리를 지르던 여성 방청객들은 국회 방호 요원에 의해 본회의장 밖으로 퇴장당하기도 했다.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 옷과 마스크 차림의 지지자들은 "이게 국회냐", "다 나가 죽자", "나라를 팔아먹을 X", "부끄러움을 알라"며 고함을 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국회 밖에 포진했던 지지자들은 국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대립했다.
이에 경찰과 서울메트로 9호선은 국회 정문 인근 국회의사당역 1번·6번 출구에 경찰관 등 인력을 배치해 국회 방향 진출을 차단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국회 정문을 통제하자 국회와 맞닿은 출구 두 곳을 통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국회 방향으로 나가려고 경찰이 내린 셔터를 강제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 1명이 제지하는 경찰을 때린 혐의(공무집행방해·재물손괴)로 현행범 체포됐다.
국회 정문으로의 진입이 막히자 지지자들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사 앞에 모인 수백 명의 지지자들은 "가결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들은 다 나오라", "당 대표가 죽어가는데 배신 때리냐"고 고성을 질렀다.
이날 모인 지지자들은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1만 2000여 명(경찰 추산 4000여 명)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전날 의원들에게 ‘부결 요청’을 했음에도 이날 쏟아진 무더기 이탈표가 사실상 비명계 ‘결별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지 고작 3개월 만에 말을 바꿨다는 지적 역시 뼈아픈 ‘꼬리표’로 내내 이 대표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