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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전쟁. |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미중 기술 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국내 부품 업계와 반도체 업계가 애플 아이폰향 매출 변동과 중국내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 조치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공무원 및 국영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애플이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15를 곧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은 아이폰15 흥행 변수로까지 떠올랐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판매량이 2억2000만~2억2500만대로 작년과 견줘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전자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국내 대표적인 아이폰 부품 공급사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번 신형 아이폰으로 상반기 부진을 씻고 하반기 재도약을 준비하던 하던 참이어서 더욱 우려가 크다. 특히 LG이노텍은 매출의 80% 이상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이어 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자국 보호주의를 바탕으로 이른바 ‘애국 소비’가 확산할 경우 삼성전자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만 업계는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임을 들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중국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중 반도체 제재 속 SK하이닉스에 불똥이 튀었다. SK하이닉스는 즉각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하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하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면서 "미국의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 미국 외 기업들도 미국의 기술과 부품을 이용해 만들었다면 화웨이로 수출하기에 앞서 미 상무부에서 승인을 받도록 한 바 있다. 이후 미국의 기술과 부품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한 제품으로 승인 대상이 확대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이때부터 화웨이에 대한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 상무부는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7나노 공정의 기린 9000S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내에서는 대중 수출통제 실패 논란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상무부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 소재한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 연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미국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발동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1년간 한시적 유예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 유예 조치는 다음달 11일 종료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각각 D램의 20%, 낸드플래시의 40% 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이 라이선스를 부여하더라도 언제든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 비즈니스를 어렵게 하고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