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강현창

khc@ekn.kr

강현창기자 기사모음




1.8점 감점에 천당과 지옥...'HD현대重 vs 한화오션' KDDX 수주 신경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21 16:26

KDDX 설계도 유출 HD현대, 감점 조치에 호위함 수주 고배



이의제기·가처분 걸며 반발… 속내는 KDDX 상세설계·건조



7조 수주전 앞두고 '4000억 호위함 갈등'벌이는 진짜 이유



한화오션 주주들은 "군사기밀 유출 HD현대가 수주 왠말이냐"

0005543703_002_20230803192301039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3(국제해양방위산업전)’의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특수선사업부장 이용욱 부사장으로부터 KDDX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HD현대가 8000억원대 호위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이의제기에 이어 가처분까지 신청하고 나섰다. 방산업계에서 절대 갑 위치인 방사청을 상대로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 1위 HD현대가 조단위 액수가 일반 적인 특수선 분야 수주전에서 겨우(?) 수천억원대 호위함 수주 결과에 불복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7조원이 넘는 규모의 구축함의 입찰 성공 여부가 이번 호위함 입찰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HD현대와 방사청의 갈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의 투자자들이 HD현대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호위함 입찰에서 HD현대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으며, 구축함 입찰에서도 HD현대의 강력한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술과 자본 등은 HD현대가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다. 바로 ‘보안’이다. 과거 HD현대가 한화오션의 설계도를 무단으로 촬영해 보관하다가 적발돼 감점조치를 받은 오점이 이후에도 이어지는 수주전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가 이번 호위함 수주에 실패한 것도 해당 이슈에 의한 감점 영향이 크다. 가처분은 결국 방사청을 상대로 감점 조치를 내리지 말아달라고 하는 ‘읍소’이지만, 사법당국도 지켜보는 이슈다 보니 HD현대로서는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 HD현대, 호위함 입찰 결과 불복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14일 ‘울산급 배치Ⅲ 5·6번함(호위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방사청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기각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HD현대는 지난 11일 국민 권익위원회에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개정돼야 한다는 국민고충민원을 신청하는 등 이번 수주전의 결과를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은 3500t급 최신형 호위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1번함은 이미 HD현대가 지난 2020년 3월에 약 4000억원에 수주했고, 2~4번함은 지난해 1월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가 1척당 3300억~3500억원 정도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5·6번함은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하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나눠가지는 모양새가 나왔다.

하지만 HD현대로서는 이를 지켜보기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입찰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감점’ 이슈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월 HD현대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이 잠수함 관련 업무 협조차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설계한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념 설계도(3급 비밀)를 보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은 뒤 보관하다가 2018년 4월 기무사령부가 실시한 불시 보안감사에 적발됐다. 결국 해당 직원 9명 중 8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오는 2025년 11월까지 무기 체계 제안 평가에서 1.8점을 감점받는 상황이다.

해당 감점 이슈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HD현대 입장에서 울산급 호위함의 수주가 문제가 아니다. 다가오는 KDDX 사업의 입찰이 진짜 문제다.


◇ ‘KDDX 입찰’ 감점 이슈 축소 목적


방위사업청은 내년에 KDDX 선도함의 상세설계 및 건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총 6척이 발주될 예정이며 수주액은 7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KDDX 사업은 현재까지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했으며 HD현대는 기본설계 입찰에 성공한 상태다. 본게임으로 볼 수 있는 상세설계와 함선건조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HD현대는 설계도 사건으로 감점을 받고 있다 보니 한화오션의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입찰 승패가 소수점 차이로 갈렸다는 점에서 1.8점이라는 감점규모는 결정적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HD현대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울산급 호위함 수주전 결과를 두고 이의신청과 법원의 가처분까지 구하는 것은 해당 감점 이슈를 축소해 향후 KDDX 사업 입찰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D현대 측은 현행 보안사고 감점제도 기준의 불합리성으로 사실상 향후 입찰 참여가 배제돼 국내 함정사업이 독점 형태로 재편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행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객관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 소급적용의 위헌적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화오션 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보안사고를 일으킨 HD현대가 기본설계를 따낸 것조차도 불공정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보안사고 관련 감점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경찰은 방사청 고위 관계자가 HD현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입찰 직전 관련 규정을 임의로 손본 것이 아니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17일 방사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 한화오션 주주들 "군사기밀 유출해놓고 KDDX 수주 노리다니"


이번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갈등은 특히 한화오션의 주주들이 관심을 높게 보이는 이슈다. 입찰에 성공하면 한화오션의 1년 매출을 한번에 거둘 수 있는 대형 수주전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기준 4조86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비교적 매출규모가 컸던 2018년에도 10조원에 못미치는 9조원대였다.

하지만 이번 KDDX 사업의 승자가 된다면 단숨에 10조원대 매출 기록도 가능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시절 역대급 분식회계와 이어진 거래정지, 주가 하락 등 큰 고비를 겪어온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KDDX 수주전의 결과에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 한화오션 투자자는 "KDDX 입찰을 둘러싸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가 바로 그 KDDX를 수주하게 그냥 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방사청과 HD현대의 유착 정황도 있는 만큼 철저하게 법을 적용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본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