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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씨바이오 CI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대표이사까지 지내며 20여년간 몸바쳐 일한 회사가 적대적M&A로 주인이 바뀌자 회사를 떠난 한 경영자가 있다. 그런데 새 주인을 만난 회사는 2년만에 다시 적대적M&A의 표적이 됐다. 인수를 시도하는 상대방은 바로 주인이 바뀌면 회사를 떠나야했던 전 대표이다. 결국 양 측은 물러설 수 없는 지분다툼에 돌입했다. 이 영화같은 이야기는 현재 씨티씨바이오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간략한 스토리다.
◇ 파마리서치, 총 500억원 투입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파마리서치는 200억원을 들여 씨티씨바이오의 지분 200억원 어치를 인수하겠다고 16일 공시했다. 파마리서치는 이미 올해들어 299억원을 투입해 씨티씨바이오의 지분 12.57%를 확보한 상황이다. 추가 지분매수가 성공할 경우 코스닥 상장사 씨티씨바이오의 2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이민구 대표 등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15.32%에 불과하다. 파마리서치의 공세에 맞서지 못한다면 회사의 주인이 바뀐다. 이에 이 대표는 지분을 담보로 증권사를 통해 대규모 대출을 일으켰다. 차입목적은 ‘지분매입’으로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 지분을 더 늘린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기준 이미 6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를 100억원 규모로 크게 늘린 것이다. 기한은 내년 2월이다. 이 동안 주가가 떨어지거나 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권이 실행될 경우 이 대표의 지분율은 2.95%까지 떨어진다. 매우 리스크가 큰 상황이지만 파마리서치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를 인수하기 위한 적대적M&A를 진행한 것이 시장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파마리서치 측에 씨티씨바이오의 전 대표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상황은 적대적M&A에 뺏긴 회사를 다시 적대적M&A를 통해 뺏어오려는 시도다.
◇ 최대주주 별세 후 흔들린 지배구조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1993년 서울대 농과대학에서 공부한 김성린 씨가 친구 및 선후배와 함께 설립한 곳이다. 회사는 김 씨를 최대주주로 하고 창립멤버가 지분을 확보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도 이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김 대표가 심근경색으로 별세하면서 지분율이 크게 흔들렸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줄어드는 가운데 몇몇은 회사를 떠났고 남은 창립멤버도 회사를 지배할만한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결국 창립멤버는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다. 2020년 회사는 지난 2000년부터 함께한 전홍열 연구소장에게 대표를 맡겼다.
지배력이 약해진 사이 적대적M&A가 물밑에서 진행됐다. 회사의 재무적투자자였던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엑시트 과정에서 회사의 협력사였던 더브릿지가 동구바이오제약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회사의 지분 19% 가량을 확보한 것이다. 관련 공시가 집중된 것은 지난 2021년 말이다. 5% 미만의 지분을 미리 확보한 뒤 장내매수를 통해 빠른 시간안에 지분을 확보했다. 창립멤버 입장에서는 대응할 시간과 자본이 없었다.
결국 최대주주가 변경된 뒤 회사는 한때 협력관계였던 이민구 더브릿지 대표가 경영하게 된다. 이 대표는 기존 임원진을 물갈이하면서 창업주의 색을 지워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전 대표도 회사를 떠났다.
◇ 회사 복귀 시도하는 전 대표
하지만 올해 초 전 씨는 다시 씨티씨바이오로의 복귀를 노리는 적대적M&A를 시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놀라움을 줬다. 새로운 동료도 생겼다. 바로 파마리서치다.
전 씨는 씨티씨바이오를 떠난 뒤 지난 2022년 5월 플루토라는 바이오벤처회사를 설립한다. 이어 파마리서치가 당시 신생법인인 플루토를 143억원을 들여 자회사로 편입한다.
그리고 파마리서치와 자회사 플루토가 최근 공격적으로 씨티씨바이오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주체다. 방법은 전 대표 측이 과거 경영권을 뺏길 때와 비슷하다. 5% 미만의 지분을 조용히 확보한 뒤 단기간에 장내매수로 단숨에 12%가 넘는 지분을 사모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씨티씨바이오의 조루·발기부전 치료제가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일부 국가에서 판매허가까지 받으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치열해졌다"며 "씨티씨바이오에는 창립멤버 지분이 약 10% 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들이 향후 시티씨바이오를 둘러싼 적대적M&A에서 캐스팅보트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