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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살' 주고 '뼈' 지켰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6 06:30

2015년 12월~2016년 6월 '짜고 친' 지분 거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도입 직전까지 '통정매매'



구속은 확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상실은 피해



법원 "주식시장 공정성 회손, 직업윤리 저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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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증권.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가 구속됐다. 상속세를 덜 내려고 주식을 통정매매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윤 대표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절반은 성공한 작전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지만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받는 데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 2016년 6월까지 통정매매… 대주주 적격성 8월 도입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명재권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윤 대표에게 징역 1년 6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구속 수감했다.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부친의 지분을 통정매매한 혐의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윤 대표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의 대주주이자 대표로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다. 금융회사에는 일반적인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준법성과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게 사회적 합의다.

현재 대주주 적격성 규제에 따라 보험·카드·증권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이내에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10% 이상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최대 5년간 제한된다.

윤 대표는 증권사 대표면서 불법 통정매매를 통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증권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기 이전의 일이다.

증권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16년 8월부터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금융회사 중 은행과 저축은행만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했다.

그리고 윤 대표가 통정매매를 저지른 일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고 윤 명예회장의 사망 시기인 2016년 6월까지다.

현재 유화증권에 윤 대표가 보유 중인 지분은 22.12% 수준이다.

이에 대한 법제처의 해석도 있다. 지난 2019년 금융감독원은 대주주 적격성의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번 일처럼 법 도입 이전의 불법행위에 대해 판결일을 기준으로 소급적용해도 괜찮은지 법무부에 정식 법령 해석을 요청했었다.

이에 법무부는 ‘형의 확정시점’이라는 우연적 요소를 기준으로 법률 적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 상속세 피하려고 회사·주주에 피해 끼친 증권사 대표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표는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윤장섭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유화증권 주식 약 80만주(120억원 상당)를 회사가 통정매매 방식으로 사들이게 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유화증권은 해당 주식을 거래할 때 주문 시각과 수량, 단가를 맞춰 매도·매수 주문을 동시에 넣어 거래했다. 이를 통해 일반인의 주문은 매매가 성사되지 않도록 조작했다.

이러한 통정매매는 시세조종 수단 가운데 하나로 자본시장법상 엄격하게 금지된 행위다.

윤 대표가 통정매매를 통해 아버지의 지분을 회사의 자사주로 옮긴 이유는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주식을 상속할 경우 2개월간의 주가를 30%를 할증해 상속세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자사주를 한번 거치게 할 경우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또 자사주가 늘어나면,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든다. 그렇다면 윤 대표의 지배력도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를 통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한 사건이다. 특사경은 윤 명예회장이 2015년말 윤 대표에게 지분을 승계하기 위해 6차례에 걸쳐 유화증권 주식을 장내 매도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시장과 당국이 쉽게 눈치채지 못한 것은 그동안 유화증권에서 대주주 측의 지분 관련 공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인이 된 윤 명예 회장이 생전 공시한 지분 관련 공시만 766건에 달한다.

판결 전 윤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며 지병 문제로 수감 생활이 어렵다고 읍소했다. 지병인 당뇨와 혈압, 고지혈증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하소연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며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권사의 대표라면 이번 범행이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는데도 직업윤리를 저버렸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윤 대표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양형 부당)며 지난 1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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