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30일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혁신위는 초기 출범부터 공정 운영에 대한 의문 속에서 출발했는데 쇄신안이 모두 내부 반발에 부딪혀 답보 상태다. 이런 와중에 위원장의 잇단 실언까지 이어지면서 혁신위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당 밖은 물론 당내에서까지 무성하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노년층 비하’ 발언 등 잇단 실언으로 계파를 가리지 않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이재명(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빌미를 제공하지 말았어야 했다. 무슨 나이든 사람 여명(남은 수명), 뭐 복잡하게 무슨 얘기를 해서 왜 그런 오해를 사나"라면서 "자기의 과실을 본인에게서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왜곡됐다"면서 "방송 좀 안 나오시거나 말씀을 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김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여름휴가 중에 있는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단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배 세대를 향한 그들의 적개심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엄중한 경고와 함께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면서 "어르신·노인 세대에 대한 민주당의 적대적 인식과 폄하 발언은 실로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어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민주당의 노인무시·노인비하 DNA의 화룡점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이런 함량 미달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재명 대표는 연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이 대표는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혁신위 해체를 선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희에서 김 위원장의 노년층 비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노인 폄하 발언의 긴 역사가 있는 정당"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세대 청년과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자기(아들) 생각이었다"며 "되게 합리적이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로 표결해야 하나"라고 부연했다.
혁신위가 하루 뒤 입장문을 내 "김 위원장은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 구태 프레임"이라고 방어했지만 노년층을 비하했다는 논란은 이미 정치권에 부정적인 파장을 일으킨 뒤였다.
현재도 혁신위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며 "(김 위원장 발언은)청년 세대의 정치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은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혁신위가 내놓은 1·2호 쇄신안이 모두 내부 반발에 제대로 동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더더욱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문제는 혁신위가 중요한 공천 작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혁신위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당내 핵 폭탄로 작용할 수 있는 공천 작업 손질은 시작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연대 책임’까지 언급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독립 기구인 혁신위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지도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혁신위가 결국 실패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에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조명되는 상황에서 ‘김은경 실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