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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장어를 직접 손으로 잡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여름휴가 기간이 8월 2일부터 8일까지로 정해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 기간을 이용해 국정 운영 방향을 구상했지만 천재지변과 경제위기 등의 사건사고로 휴가를 취소하거나 일정을 단축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휴가는 공식적으로 2일부터 8일까지"라며 "대통령과 공무원의 휴가가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게 좋겠다고 (참모진이) 건의 드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여름휴가에 거제 저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거제 저도는 이른바 ‘청해대’(靑海臺)라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자리한 곳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친 직후 ‘극한 호우’로 인한 수해 대응에 전념하면서 여름휴가 계획을 일단 백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참모들이 내수 진작을 위한 지방 방문 등 휴가 필요성을 건의했다. 참모진 사이에서는 고물가·고금리로 위축된 경제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짧게라도 휴가를 다녀오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의 휴가가 집중되는 ‘7말8초’(7월말~8월초) 사이에 휴가 일정을 잡는다.
대통령들의 휴가지는 일반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 보안적으로 양호한 군 부대 휴양시설 등이 적극 활용됐다. 대통령의 여름휴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기간을 이용해 국정 운영 및 인사에 대한 구상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첫 휴가 당시에도 거제 저도 등 지방 휴양지와 민생 현장을 찾으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닷새간 서초동 사저에 머물렀다. 김건희 여사와 부부 동반으로 대학로 연극 관람도 했지만 주로 사저에서 정국을 구상하는데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 복귀 도어스테핑에서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해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후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현 이관섭 수석을 임명했고 홍보수석을 당시 최영범 수석에서 김은혜 수석으로 교체했다.
이번에도 휴가철 이후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장관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여름휴가 이후에는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분위기 쇄신과 함께 3대 개혁을 포함한 국정 전반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면서 인사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개각과 함께 대통령실 개편이 있을 수도 있다"며 "정부는 국정 수행 관련해 법안 통과가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입법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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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
역대 대통령의 휴가는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고 추진력을 얻기 위한 ‘쉼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취임 첫 해 휴가를 제외하고는 천재지변, 감염병, 경제 및 외교 이슈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휴가를 취소하거나 일정을 단축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 사태 △2006년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수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로 예정됐던 휴가를 취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여름 휴가 직후 당시 40대였던 김태호 전 경남 지사(현 국민의힘 의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2011년 7월 말에 휴가를 갈 계획이었지만 당시 중부 지방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자 휴가를 나흘 늦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첫해 거제 저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대응을 위해 휴가를 반납했다. 2016년에는 관저에서 휴가를 보내다 울산 십리대숲을 방문키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휴가가 있는 삶’을 공약으로 내는 등 대통령부터 휴가를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의지와 반대로 ‘휴가 복’이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휴가를 하루 늦춰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다. 이후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2020년 집중호우 피해 대응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