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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 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광온 원내대표.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정국 대응이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최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전선을 넓히고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견제에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윤 대통령의 김 장관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등 절차 없이 이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검찰 공작설 등을 흘리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강력 대응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은 분위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와 관련 검찰청 방문시위 및 성명서 발표 등 민주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검찰이 8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개발 의혹 등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또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10월 사퇴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민주당 안팎이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사퇴설은 이 대표가 재부상하는 사법리스크 문제와 내년 4월 총선 승리 등을 고려해 총선 6개월 전인 10월께 2선으로 물러나고, 친명(친이재명)계가 차기 당 대표로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을 민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이 끝내 원조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며 "상식과 원칙, 민심에 어긋난 결정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정권의 오만한 인사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내각에는 대통령 부부 심기 경호만 열중하며 궤변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인사들이 가득하다"며 "지금까지만으로도 인사는 낙제점이다. 여기에 ‘방송장악위원장’ 이동관 후보자까지 더해지면 윤석열 정권은 ‘홍위병 집합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김건희 로드’로 규정하며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 공세도 이어갔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로드’ 이권 카르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경제공동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서는 "국민을 희롱하는 말장난을 그만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며 특별감찰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이동관 방통위 후보자 지명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 강행,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 책임 등의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관련해 대통령실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권 대변인은 "실무적·법적·정치적 책임을 총체적으로 다하는 게 국정 운영의 기본"이라며 "특별감찰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와 관련한 대정부 공세도 재개했다.
민주당은 당에 설치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총괄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제 원자력기구(IAEA)에 전문가 과학 기술 토론회 개최를 제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사안을 정치적 이슈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다수의 오염수 방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염수 방출,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 민주당에는 ‘호재’라고 볼 수 있던 이슈들이 많았음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9%로 나타났다. 최근 약 한 달 동안 민주당 지지도는 34%→32%→30%→29%로 꾸준한 내림세다.
같은 기간 민주당 내 악재가 작용해 역풍이 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포함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고심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부동층이 늘어난 가운데 민주당이 앞으로 혁신을 하지 않는 한 지지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최근 열심히 이슈 제기하며 여권을 몰아붙이고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에 비해서는 지지율 변동이 별로 없다"면서 "민주당은 수해 공격을 하면서 본인들은 해외 출장을 가는 등 ‘내로남불’ 이미지로 손해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형국을 보면 양당은 현재 지지율이 정체 상태로 부동층이 많이 늘어났다"며 "양당이 싸움만 치열하게 벌이니 외면하는 층이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책에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혁신도 지금 하는 둥 마는 둥 하는데 대여 공세보다는 자기 혁신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이미지가 변화하고 의원들을 태도가 바뀌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현재 지지율을 보면 이미 역효과가 난 상황"이라며 "국민들도 야당의 역할이 당정을 견제를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현재 민주당은 견제가 아닌 발목 잡기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월이 되면 야당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는 사법리스크가 있고 여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각각의 악재가 있기 때문에 각 당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아마 하반기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