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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홍 시장이 이번에 징계 대상에 오른 것은 ‘수해 골프’ 논란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도 이겨낸 홍 시장이 이런 징계 위기에서 벗어나 불사조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화할지 주목된다.
홍 시장은 국회의원 5선(15·16·17·18·21대)에 당 대표(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자유한국당 초대 대표) 2차례, 광역단체장 3선(경남지사 재선·대구시장), 19대 대선 자유한국당 후보 등 화려한 정치 경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 21대 총선 때 당 공천 탈락의 시련을 딛고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해 다섯 번째 원내 입성에 오뚝이 정치 인생을 살아왔다.
19일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홍 시장은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15일) 대구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갔지만 비가 내리면서 약 1시간 만에 중단됐다고 한다. 홍 시장은 골프를 치러갔을 때 대구 지역은 비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건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는 ‘비상 2단계’ 발령 상황이라 단체장은 담당 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규정을 지켰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골프를 이용해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홍 시장은 공직자들도 스포츠로 골프를 자유롭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독불장군’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진 홍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당내 기류는 싸늘하다.
김기현 대표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그 직후 윤리위가 소집됐다.
윤리위원들 사이에서도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부적절한 처신" 등의 반응이 나왔다.
앞서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06년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키자 제명당한 바 있다.
홍 시장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무슨 거기에 기죽고 ‘잘못했다’고 그럴 사람인가. 나는 그런 (부적절한) 처신 한 일이 없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홍 시장은 SNS에 "그래도 기차는 간다"고 적었다. ‘개가 짖어도’라는 말이 생략된 표현이다.
복수의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들은 "오만하고 부적절한 모습", "사태를 스스로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50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온 이번 수해가 여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늑장 대응’이라는 야당 비난에 맞서 사태 수습에 진력하는 와중에 나온 홍 시장의 처신과 발언은 국민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인식이 당내에 팽배하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인간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공감 능력"을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 기본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거친 언사로 당 지도부는 물론 동료 의원들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점도 홍 시장으로선 부담일 수 있다.
홍 시장 징계 결정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지나치게 속전속결식으로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여권이 직면한 수해 관련 비판 여론을 돌리려 ‘희생양’으로 삼았다거나, 과거 언행들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홍 시장 측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홍 시장은 이날 오후 대구시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수해 와중 골프를 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홍 시장은 "주말 일정이고 재난 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지만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이어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난 15일 오전 대구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당시 대구는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 2단계 체제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 관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