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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한중 관계’ 언급은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등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한중간 외교 갈등을 촉발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민주당은 외국인 참정권 제한의 찬반에 대해 묵묵부답인 채 국민의힘을 향해 ‘내년 총선 노림수’, ‘반중 갈라치기’라는 비판에 그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외국인 투표권 제한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내년 22대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야당에서 찬성하지 않으면 총선 공약으로라도 내세워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일에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중 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면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 건강보험에 등록 가능한 피부양자 범위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유권자 중 절대 다수가 중국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3월 기준 ‘외국인 선거권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유권자는 총 12만666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중국인 유권자는 9만9969명으로 78.9%를 차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는 12만7623명었고 이 가운데 9만9969명이 중국인이었다.
현재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영주권자는 대선·총선에 대한 투표권이 없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에 사는 우리 국민에게 참정권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김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한 장관은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다른 모든 영주권자에 대한 얘기"라며 "우리 국민이 받는 대우만큼 대우해줘야 우리 국민들도 해외에서 더 좋은 대접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영주권자 지방선거 투표권에 대한 개편 필요성은 지난해에도 언급된 바 있다.
법무부가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영주권자에 대한 지방선거 투표권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장관은 지난해 말 "영주 자격이 있는 외국 국적자에게도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현행 선거제도를 개편하겠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투표권 부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무거주 요건이 없기 때문에 영주권을 일단 따면 그 사람이 한국에서 생활하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더라도 우리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된다"며 "영주권 유지 요건에 의무 거주기간을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외국인 참정권에 대한 찬반 언급보다 참정권 제한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년 총선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만 제기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김기현 대표의 국내 거주 중국인 투표권 제한 언급한 것을 두고도 반중(反中) 정서를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총선 투표권이 아닌 지방선거 투표권이어서 2024년 총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반중 정서 자극을 위한 의도성 있는 발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외국인 참정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아닌 혐오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당 의원들도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결국 여당의 총선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전날 "반중 정서에 기대 중국과 계속 관계를 악화시키는 게 당 지지율을 높이고 내년 총선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을 비롯해 대책위 소속 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은 지난 12∼15일 중국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 발언으로 외교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중국을 찾은 게 부적절하다며 ‘조공외교’ ‘굴욕외교’라고 비난해왔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