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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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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원전 정책, 대형 vs. SMR 방향 명확히 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0 16:00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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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전력공급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초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그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원전의 발전량 비중을 2021년 26%에서 2036년에 34.6%로 높이고 이를 위해 15년간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2기 계속운전과 함께 원전 6기(신한울 1~4호기 및 신고리 5·6호기)를 신규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여러 불확실한 요인들이 존재해 실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원전의 계속운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다. 10차 전기본 기간 중 79.7%로 잡았던 원전 평균 이용률을 우리의 2004~2011년이나 현재의 미국처럼 90%대로 끌어 올릴 경우 원전 발전량을 13% 정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연중 330일 이상 원전이 가동돼야 가능하다. 현재처럼 원전의 연간 계획예방정비(overhaul) 기간이 40일 이상으로 길고, 규제기관의 규제가 까다로운 상황에서는 이용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10차 전기본의 전력수요 예측은 산업, 수송, 건물 등 비전력 분야의 전기화나 데이터센터 증가 등의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과소예측된 측면이 있다. 2022년 전력 수요 예측치도 실제 전력수요(594Twh)보다 41Twh 적었다. 오차율이 7.5%에 달했다. 향후 전력수요가 예측치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 탄소중립 목표까지 감안하면 원전 이용 확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2033년 신한울 4호기가 준공된 이후의 원전 정책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30년대 후반 이후 계속운전 10년이 만료되는 원전이 속속 등장할텐데 그 후 어떻게 할지 구체화돼 있지 않다. 원전을 더 짓겠다면 이미 준비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대형 원전 건설에는 예정구역 지정, 건설기본계획수립, 환경영향평가, 발전사업허가,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등 제반 절차에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지금 논의를 본격화 한다고 해도 신규원전은 2037년 이후에나 투입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천지(영덕) 1·2호기와 대진(삼척) 1·2호기 등 문재인 정부가 백지화한 신규원전 건설 논의를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논의는 대형원전과 SMR(소형 모듈 원자로)과의 비교 검토를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안가에 위치한 대형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망을 통해 수요지로 보내는 중앙집중형 방식을 취해 왔다. 하지만 송전의 어려움이나 유연성 부족 등을 고려하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SMR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SMR의 특징은 ‘소형’, ‘모듈’, ‘다목적’이다.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 대형 원자로에 비해 냉각이 쉽다. 원자로에 물을 펌핑하는 대신 자연순환 등 피동노심냉각을 통해 냉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전성 향상은 물론 원자로 전체를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어 유지·보수도 쉬워진다. 수요지 인근에 설치해 송전 부담 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SMR은 공사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원전 설비 하나하나를 모두 현지에서 주문,제작해 건설하기 때문에 공기가 길다. 더구나 여러 단계의 확인과 인·허가 시험 등 품질보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비해 모듈은 ‘형식인증’이라는 방식으로 먼저 설계 인가를 받아놓고 ‘공장 생산,조립,운송,설치’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복수의 모듈로 이루어진 소형 원전의 특성 상 부하추종 운전도 가능하다. SMR은 발전 외에도 수소 제조, 열에너지 공급, 의료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온 수증기를 이용한 수소 생산과 지역난방,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암 검사나 치료 등 용도가 다양하다.

SMR은 단점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SMR 운영 인력을 설비 규모가 작아지는 만큼 비례적으로 줄일 수 없다. APR1400의 경우 원전 1기당 운영인력의 인건비가 총매출의 6% 정도를 차지하는데 비해 SMR은 비중이 83%까지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대형 원전의 경우 발전만이 아니라 송전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 측면도 있다.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원전 증설 방향을 구체화 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의 SMR이 개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 혁신형 SMR(i-SMR)의 연구개발을 시작해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조류를 감안하고 우리의 대형 원전 경쟁력도 동시에 고려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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