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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국민과 더 소통"...은행권, 경영현황 공개에 "자율성 침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8 09:27

은행 사회적 책임 제고...건전한 경영 유도 취지



3분기 중 경영현황 공개보고서 세부 구성 확정



은행들 줄 세우기 악용 우려...자율성 고려해야

은행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는 크게 △자산·부채 구성 △수익·비용 구성 △당기순이익 활용 등 3가지 항목을 담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주주를 넘어 일반 국민들도 은행의 경영 현안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도록 경영현황을 공개하는 안을 검토했다. 은행권에서는 경영현황을 세부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나, 자칫 이러한 내용들이 은행 줄 세우기 식으로 비춰지지는 않을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4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12차 실무작업반’을 열고 은행 경영 현황 공개 보고서를 작성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자산 및 부채 구성, 수익 및 비용 구성, 당기순이익 활용 등으로 보고서 항목을 나눠 세부 안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3분기 중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 세부 구성을 확정하고, 올해 이후 경영 현황에 대해 차기년도 4월 말까지 작성,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는 "세부 경영현황에 대한 은행권의 자율적인 설명 노력을 통해 은행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고 은행간 보다 건전하고 투명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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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위)


은행권들은 이러한 당국의 지침에 대해 대체적으로 말을 아끼면서도 금융권 중 유독 은행업에만 과도한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나 이미 각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을 위해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가운데, 사회공헌 실적 및 지원사업 현황, 희망퇴직금 지급 개월수, 인당 평균 지급금액까지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각 사별 영업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반 국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사, 다른 업권 중에서도 유독 은행권에만 경영현황을 공개하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예대금리차 공시처럼 은행들 줄 세우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들은 작년 8월부터 일부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당초 도입 취지대로 은행의 자율경쟁 촉진, 금융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이 은행 경영현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고서의 목적인만큼 해당 내용을 토대로 은행들을 줄 세우기보다는 공시 내용들을 독립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당국이 해당 보고서로 은행들을 비교한다면 당초 취지와 맞지 않을 뿐더러 각 회사별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이라면 이런 내용을 하나하나 공시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일 것"이라며 "금융업에만 과도하게 투명성을 강요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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