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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급 증권사' 원하는 우리금융...불안한 우리종합금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14 08:26

우리금융, 자기자본 3조원대 이상 증권사 선호



발행어음 영위 증권사 인수시 우리종금과 시너지 ‘물음표’



소형증권사 인수-종금과 합병...제2의 메리츠증권 탄생



우리종금엔 유리하지만 비은행 고속성장 지주 전략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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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주사 출범 이후 중형급 증권사 인수를 계속해서 피력하면서 우리종합금융의 향후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리금융이 숙원대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 즉 발행어음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증권사를 인수하게 되면 그룹 차원에서는 우리종금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 매력적인 3조원대 증권사...종금에는 ‘악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한 직후 현재까지 시장의 관심은 오직 증권사 인수로 모이고 있다. 임 회장이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할 당시 NH투자증권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선례가 있는데다,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인 점을 고려할 때 임 회장이라면 어떻게든 우리금융그룹에 꼭 필요한 증권사 인수를 성사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나 우리금융이 중형급 이상, 즉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를 선호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단순 증권업 라이선스가 아닌 그룹의 비은행부문을 이끌 ‘기둥’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경쟁사를 보면 비은행부문 실적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상당하다. 규모가 큰 증권사일수록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등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자기자본 4조원대의 대형사이나, 3조원대 증권사만 인수해도 나쁘진 않다. 자기자본 3조원대의 증권사를 인수하고, 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규모를 4조원대로 끌어올린 다음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우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자체 신용을 통해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 및 채권,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 가능하다.

우리금융의 숙원대로 발행어음이 가능한 중대형사 증권사를 인수하게 되면, 반대로 우리종금에는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이미 발행어음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증권사를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시키는 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내 우리종합금융이 존재하는 이유는 향후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기 때문이다. 즉 역설적이게도 우리종합금융 입장에서 회사 생존만 놓고 보면 우리금융그룹이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종금업은 여수신업무로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증권사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발행어음업이 가능한 회사가 많아졌기 때문에 종금 라이선스 역시 증권사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발행어음이 가능한 증권사는 굳이 종금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다"며 "증권사 관점에서 종금 라이센스는 자금조달 측면에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 우리종금,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소형 증권사+종금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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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종합금융.


반대로 우리금융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아닌 자기자본 2조원 이하인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시키고 ‘우리종금증권(가칭)’을 탄생시킬 경우 우리종합금융은 그룹 내에서도 입지가 올라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증권사는 수신(예금)업무가 불가능한데, 증권사가 종금과 합병되면 경쟁 증권사보다 다변화된 자금조달수단을 발판으로 종금 북(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업은 자본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규제가 적지 않은 반면 종금업은 사양산업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가 적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증권사가 종금업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종금 라이선스는 우리금융그룹 측면에서도 유용하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성공사례가 바로 메리츠증권이다. 2010년 4월 메리츠종금과 합병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공식 출범했다. 당시 합병으로 메리츠증권은 여수신 기능 등 증권 업무를 2020년까지 10년간 겸영했다. 이 기간 메리츠증권은 투트랙 전략을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엠투자증권 등 인수합병,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한편 남다른 촉을 가진 최희문 회장의 리더십 아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M&A 인수금융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다.


◇ ‘종금-증권 황금모델’...제2의 메리츠증권 가능성 ‘글쎄’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이미 조달비용이 늘었기 때문에 종금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즉 우리금융이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종금사와 합병한다고 해도 메리츠증권과 같은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평가다. 다시 말해 우리금융의 중소형 증권사 인수는 우리종금의 지속 가능 경영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그룹의 비은행부문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대승적인 전략에는 상충된다.

이 관계자는 "종금 라이선스를 활용해 당시만 해도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았던 외제차 리스업에 진출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도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며 "다만 현재는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에 (우리종합금융이)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우리종금의 입지는 우리금융지주가 어떠한 규모의 증권사를 인수하는지에 따라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사 인수가 최대 숙원인데, 아직 인수자에 대한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종금 라이선스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필요성은 적다는 평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와 종금업 간에 시너지는 존재하지만, 향후 우리금융그룹 전략에 따라 이러한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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