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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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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포화 속 뜨거운 자포리자 원전, 식힐 물 ‘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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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항공사진 모습.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가 우크라이나군 대반격 관측 속 격전지가 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던 카호우카 댐이 최근 붕괴되면서 위기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FP 통신 등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8일(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 자포리자 지역에서 우리의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1500명과 장갑차 150대를 동원해 진입했으나 막대한 손실을 보고 공격을 중지한 채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전선 여러 군데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전했다. 다만 대부분 전투 주도권은 우크라이나군이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히 카호우카 댐이 파괴된 이후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냉각수 공급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나온 입장이다.

단일 규모로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카호우카 댐의 물로 채워지는 호숫물을 원자로 및 사용 후 핵연료 냉각 용도로 끌어다 사용해왔다.

원전에는 자칫 최악의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봉 노심용융 사태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력과 냉각수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날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우크르에네르고는 댐 붕괴로 "카호우카 호숫물의 수위가 내려오면서 현재 냉각수 공급 임계점인 12.7m 미만인 상태"라고 밝혔다.

수위는 지난 6일 카호우카 댐 폭발 이후 지속해서 낮아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호숫물 수위는 7일 오후 8시 기준으로 15.44m를 기록했고, 전날 오후 6시에 측정했더니 14.03m까지 낮아졌다.

IAEA는 우선 우크라이나 측 보다는 냉각수 문제를 처리할 시간이 더 남았다는 입장이다.

IAEA는 이날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은 계속 카호우카 저수지에서 냉각수를 퍼 올리고 있다"며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수위가 11m 이하로 떨어져도 여전히 펌프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 결과는 이렇게 어렵고 도전적인 상황에서 다른 물로 전환하기 전까지 시간을 좀 더 벌게 해준다"며 "원전 옆에 있는 대형 냉각수 연못 등 대체 자원들이 수개월간 원전에 필요한 냉각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원전의 안전과 보안은 매우 위태롭고 위험하다"며 "피해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저수지가 언제 어느 수준에서 안정화될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자포리자 원전 측은 중장기적으로도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대체 수원 확보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으로 들어갈 화물 운송망이 갖춰진 에네르호다르 항구 지역 저수 시설에서 냉각수를 가져오거나, 이동식 펌프 및 소방차로 인근 지역에서 물을 옮겨오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 산발적 공세가 이른바 ‘대반격 관측’과 맞물려 곳곳 확인되면서, 안정적인 냉각수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에서의 유·불리에 따라 양측이 민간 피해 등을 도외시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다.

당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카호우카 댐 붕괴 책임과 대반격 시작 여부에 자체에도 주장이 엇갈린다.

카호우카 댐 붕괴와 관련해서는 친러 우방인 북한까지 나서 "전 세계가 이번 언제(댐) 파괴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걱정하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모든 책임을 러시아에 넘겨 씌우기 위해 비열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폭발이 댐 시설 내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 분석,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 때문이라는 러시아 주장과 달리 미사일 피격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등으로 미뤄 러시아 소행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우크라이나 측은 우크라이나군 대반격이 개시됐다는 러시아 측 주장 뿐 아니라, 같은 내용의 미국 NBC 방송 보도도 부인한 상황이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대반격이 "침묵과 같은 계획에 따를 것"이라며 "공격은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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