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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상정에 대해 전해철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이로써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노란봉투법까지 벌써 4번째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건너뛰게 됐다. 민주당이 ‘법사위 패싱’ 전략을 활용하는 데는 법사위에 국민의힘 의원인 김도읍 위원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24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소속 의원 10명 찬성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처리했다.
본회의 직회부 요구를 위해서는 환노위 재적의원 15명 중 5분의 3 이상은 1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반대가 있음에도 다수 의견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항의한 후 퇴장했다.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는 노란봉투법 직회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을 벌였다. 당초 노란봉투법 부의 요구의 건은 이날 전체회의 안건이 아니었다.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환노위 전체회의 개의 후 의사일정 변경 동의서를 제출해 ‘노란봉투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야당 환노위 간사를 맡은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20일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이후 90일이 경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법사위의 ‘침대 축구’ 논의 지연을 더이상 지켜볼 상황이 아니다"라며 법에 대한 결정을 촉구했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간사 간 합의 한마디 없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서를 내미냐. 김남국 코인게이트와 돈 봉투 사건 국면을 전환용으로 하려는 것 같은데 이것은 안 맞다"라며 "숫자로 밀어붙이는데 깡패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임 간사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거친 고성이 오갔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470억원을 손해배상 맞았다. 이건 이 노동자들, 가족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라면서 "환노위에서 심사숙고해서 양보안을 대안으로 만들었는데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장님께서는 토론이 끝났는데도 (법안을)넘기지 않고 갖고 있다. 이건 고의적인 지연, 사실상 법안 처리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말하는 과정에서 임 간사는 "정의당도 똑같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이 법이 안된다는 것이지 시간을 끌려고 한 건 아니다"라면서 "국회의장님도 이 법은 엄청난 지장과 혼란이 온다. 여야 위원들, 학자들 더 심도있게 논의하라고 했다. 이게 답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의원을 확보한 다수당의 횡포다. 솔직히 지금 위원님들 엄청난 책임지셔야 한다. 저는 현장에서 40여 달 같이 일도 해봤다. 혼란은 엄청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 간 설전이 오가자 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은 "환노위에서 60일 이상 이 법안을 논의했다. 소위, 전체회의를 거쳤다"며 "현장에서 대법원 판례 해석을 두고 수없는 시행착오와 갈등이 야기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게 입법부의 책임"이라며 직회부 부의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에 반발하고 퇴장한 뒤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법을 무시한 다수 야당의 횡포이자, 국회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폭거"라며 강행 처리를 규탄했다.
이어 "야당의 입법 폭주는 민주당의 ‘돈 봉투 게이트’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에 대한 국면전환용이고 소위 ‘쌍특검’을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검은 입법거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 직회부’는 180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즐겨 찾는 수단이 됐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된 법률안을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를 근거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도 같은 방식으로 법사위를 패싱하고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노란봉투법이 법사위에서 한 차례 논의를 했던 만큼 ‘이유 없이 심사하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근거가 부족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계속되는 직회부는 정치권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거부권 행사를 하면서 입법 권력을 과도하게 제한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의석 수가 많은 민주당은 너무 독선적으로 입법을 독주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모두에게 나쁜 이미지만 심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야당 입장에서는 지지층을 향해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윤 대통령의 거부권 때문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전술이고 전략이다"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정권 교체를 위해 180석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