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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집니다. 이 꽉 깨무세요" 이달 전환사채 종목 ‘오버행 주의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8 15:33

많게는 총주식 수의 17%까지 전환권 행사



엑서지21 등 전환 가격 낮아 매도 가능성



대부분 자금조달 어려운 기업… 투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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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가 이달 대규모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행사 가액이 현재의 주가보다 낮은데다 물량 역시 총주식 수의 10% 이상인 기업들도 있어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가능 물량) 리스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엑서지21(옛 한창바이오텍)은 지난 4월 21일과 24일, 5월 4일, 8일, 9일 각각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전환사채 17회차와 18회차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전환청구권으로 새로 상장되는 주식은 총 876만4933주(청구금액 110억원)로 이는 발행주식(4963만3080주)의 17.6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 주식은 오는 5월 25일 상장 예정이다.


◇ 총 주식의 17% 넘는 물량 전환


문제는 전환가액이 1255원으로 17일 종가 1595원 대비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즉 25일까지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경우 물량출회가 우려된다.

실제 엑서지21은 제19회차 CB 80억원어치(497만5121주)가 지난해 11월 21일 주식으로 전환돼 상장됐고, 22일 주가는 7.10%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반등이 이뤄지긴 했으나 주가는 줄곧 약세를 나타내왔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지만 보유자의 의사에 따라 발행한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통상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함께 ‘메자닌(Mezzanine) 채권’으로 불린다.

사채 보유자가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환권을 행사하는데 채권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때 정해진 전환가액으로 주가가 형성돼 상장된다.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낮다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즉각 매도에 나설 수 있다. 당장 매도하지 않더라도 주식이 신규로 상장되면 주가가 희석돼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로 이어지는 결과도 나온다. CB발행 기업들은 대부분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 엑서지21·아이엠·코다코 등도 행사

우려되는 종목은 더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부품 제조업체인 아이엠은 지난 2일 7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95만287주(65억원 규모)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11.73%에 달하는 규모다. 신규 상장일은 오는 23일이며 전환가액은 6840원이다. 지난 17일 아이엠 종가는 1만680원으로 전환가액을 웃돈다.

아울러 코다코는 13회차 CB 94억2000만원어치(354만1351주)가 오는 25일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9.07% 규모다. 이외에도 벨로크는 전환청구 물량이 9.02%로 26일 주식으로 전환 예정이며 수성셀바시온(8.17%), 광무(7.03%), 율호(6.3%) 등도 대부분 이달 중 주식으로 전환돼 상장된다. 이들 모두 전체 발행주식의 5%를 넘는다.


◇ 잦은 사채발행 종목은 주의를


하지만 CB는 모험자본 시장에 있어 필수불가결로 긍정적인 역할도 큰 만큼 그간 시장에서는 건전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환사채는 혁신기업에 적합한 자금조달 수단"이라며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전환사채에 대한 공시체계를 개선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리픽싱의 횟수, 기간 및 한도 등을 제한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기업분석능력을 제고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환사채 발행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잦은 사채발행 종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오버행 이슈에 더해 이익이 있어도 파생상품 손실 등 돌발변수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paperkill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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