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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증권사들이 ‘미성년자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자녀 명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자,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미래 고객 확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미성년자 투자자들의 채권 및 해외투자 규모가 늘어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른 것도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미성년자 자녀 계좌 비대면 개설 서비스를 오픈했다. 해당 서비스는 증권사가 보유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미성년자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자, 증권사들이 일제히 미래 고객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비대면 방식으로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을 개편했다. 이에 증권을 포함한 금융사는 기존의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 부모의 신분증, 부모·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는 미래 고객 확보에 고심하던 증권사들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성년자 고객들의 채권 및 해외투자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0∼19세 미성년 계좌의 자산 중 채권(채권형 상품 포함) 비중이 15.9%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월 말 9.0% 대비 6.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동 기간 미성년 계좌의 채권 투자액은 773억원에서 14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해외주식 투자에서도 미성년자 투자자의 비중 확대가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미성년자 고객의 자산 구성 중 해외주식은 23%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19년(12%) 대비 11%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미성년자 투자자의 영향력 증가에 주목한 증권사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오는 19일까지 비대면 자녀 계좌를 개설할 경우 6개 종목(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중 1만원 상당의 소수점 주식 1개 종목을 증정하고, 국내 또는 해외주식 정기 구매 서비스에 가입하면 해외주식 쿠폰 1만원을 제공한다. 신한투자증권도 자녀 계좌 개설 시 해외 주식 상품권 1만원을, 국내·해외 주식 누적 100만원 이상 거래 시 해외 주식 상품권 1만원을 지급한다.
단 이처럼 미성년자 투자자의 계좌 개설 장벽을 낮추는 것은 차명 계좌 등 또 다른 금융 범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차명보다 계좌 개설을 비대면으로 한다는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금융투자를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기회를 준다는 의의가 있고, 일부 문제점은 본인 확인 기술이 발전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