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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해진 서학개미 투심…美 부채한도협상만 쳐다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7 13:42

해외투자 순매도 지속...미 증시 인버스·채권 ETF 몰려



미 협상 난항으로 디폴트 위기 부각...은행 불안도 여전



"정치·경제적 리스크로 부채한도 협상 곧 타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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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6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회 간 부채 한도 인상에 관한 회의가 끝난 후 백악관을 나가고 있다. 사진=EPA/MICHAEL REYNOLDS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내 ‘서학개미(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가라앉았다. 4월에 이어 이번 달도 해외투자 결제금액이 순매도를 기록 중이고, 뉴욕 증시 하락장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순매수 종목 상위에 오른 상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시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조만간 악재를 해소할 협상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서학개미 ‘팔자’ 우세… QQQ엔 베팅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거래실적은 4억518만달러(한화 약 5434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5월을 마칠 경우 지난 4월(-3억4510만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월(-8310만달러)을 포함하면 월간 기준 올해 세 번째 순매도 기록이다. 전 세계 증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작년에도 순매도를 기록한 달은 8월, 12월 뿐이었다.

해외투자 주변자금인 외화증권예탁결제 보관금액도 올 3월(911억3465만달러) 피크를 찍은 후 이달 현재 885억2062만달러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투심이 차갑게 식었음을 알 수 있다.

순매수 규모 상위 종목의 변화를 봐도 서학개미들의 ‘변심’을 알 수 있다. 서학개미들은 올 연초 반도체 인버스 ETF 및 SQQQ(나스닥100 지수 3배 인버스 ETF), TMF(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수익률을 3배 레버리지 ETF)에 몰렸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떠오른 2월 이후부터는 구글(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S&P500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등 글로벌 증시 회복에 많이 베팅했다. 하지만 기대감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달부터는 다시 TMF와 SQQQ를 가장 많이 거래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올해 주가가 많이 떨어진 테슬라는 2월을 제외한 4개월 내내 서학개미들의 투자 선택 톱5 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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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부채한도협상 극적타결에 촉각


이같은 서학개미의 투심 저하는 최근 부각되기 시작한 미국발 금융 불안 이슈가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6월 초까지 미국의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을 경우 미 정부가 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현재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부채한도 상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을 위한 두번째 협상에 돌입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영향으로 간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1.01%), 나스닥종합주가지수(-0.1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64%)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불안, 인플레이션 장기화, 4월 미국 소매판매 지표 예상치 하회 등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 이어지는 중"이라며 "경기 둔화 우려는 높아지는데 금리는 오르는 불편한 상황에서 간밤 뉴욕 증시가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단 이같은 악재 중 일부는 곧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채무불이행이 전 세계 경제 및 내년 미 대선에 엄청난 파급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채한도 협상이 조만간 극적 타결될 것이라는 견해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스위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거래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은행 불안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부채한도 협상으로 미국에 디폴트가 발생한 적은 전무하다"며 "지난 2011년, 2013년 부채한도 협상 후유증으로 여론이 공화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점은 이번 협상 타결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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