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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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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총선 전 간호법 거부권, 尹·민주 지지율 계산 어땠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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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결국 여권 반대에 좌초했다. 법 통과 이후 간호사 단체와 간호사를 제외한 사실상 대다수 의료단체가 대립해 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결단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거부권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로 다시 이송돼 표결을 거치게 됐다.

그러나 재의결을 위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만큼, 국민의힘 협조 없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결국 간호법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초 양곡법에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임기 1년을 전후로 더불어민주당과의 ‘허니 문’이 사실상 끝나면서, 이제까지 없었던 거부권 두 번이 연달아 행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거부권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 달을 걸러 행사한 거부권인 만큼, 여론 부담이 상당 부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은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동안에도 민주당에 거세게 반발하면서도 거부권 행사 건의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역시 간호법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만명이 넘는 의료사회 종사자들 인구 구조 역시 결정과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의료 관련 20개 직종 면허·자격자수는 총 200만 9693명이었다.

이 가운데 간호법에 반대하는 대표 직종인 간호조무사는 72만 5356명, 의사는 11만 5185명으로 전체 40%이상에 육박했다. 반면 간호사 인구는 39만 1493명으로 간호조무사·의사 인구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 10년간 인력의 연평균 증가율 역시 간호조무사 6.2%, 간호사 5.1%, 의사 3.1% 순이었다. 결국 간호사 수 보다 간호조무사·의사 수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내년 기준 인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사는 여성 비율이 25%수준, 간호사는 남성 비율이 5% 수준이었고 요양기관 근무 인력의 연령별 비율은 의사가 47.9세, 간호사가 36.2세였다.

간호사 인력 가운데선 민주당 주 지지층인 젊은 여성이 많은 반면, 의사 중에는 여권 지지층으로 평가되는 고령 남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과 달리 의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 역시 이런 사정이 일정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간호법에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등 다른 직역 단체들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반면,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법상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에만 적용된다.

특히 이들 인구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총선 승부처에 적잖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등 발언을 통해 다른 직역의 반발을 고려했음을 강조했다.

간호법에 반대해온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의료연대)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환영과 함께 17일 계획했던 연대 총파업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연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협의체다.

이들은 다만 "(간호법)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간호법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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