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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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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착륙’ 호언장담하더니 미국 경제전망 먹구름…"엘니뇨도 와일드카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08 19:08
USA-FED/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그동안 수차례 호언장담해왔던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경고음이 켜졌다.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이어갔음에도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현지시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파월 의장은 "이번엔 정말 다를 수 있다"며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경우가 경기 침체를 겪는 경우보다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4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25만 3000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18만 개)를 크게 상회하고 실업률이 54년 만의 최저 수준인 3.4%로 낮아진 것도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강력한 노동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더 높고 길게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침체 리스크가 높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파월 의장의 (연착륙)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침체를 가리키는 세 가지 난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난제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다. 작년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한 연준이 1년 2개월에 걸쳐 금리를 5%포인트 넘게 올렸다. 그러나 최근 역사에서 연준의 이러한 통화정책이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우가 전무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미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했던 SVB는 무더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과 이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지난 3월 파산했다. 그 여파로 뉴욕의 시그니처 뱅크도 이틀 만에 폐쇄된 데 이어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도 초래했다. 최근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마저 무너지는 등 유동성 위기가 은행권 전체로 전염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은행권 혼란은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대출 축소 등에 따른 영향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 침체가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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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옛런 재무부 장관(사진=AP/연합)

두 번째 난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부채 한도 상향 논의와 이에 따른 미국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다. 블룸버그는 디폴트로 인한 파장은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우리는 지금 몇 달 동안 특별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닥나고 있다"면서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는 한 6월 초에는 우리가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디폴트 가능성을 재차 경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년 만기 미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3.71bp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을 제외하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미국의 부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9일(현지시간) 부채 한도 상향 문제에 대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마지막으론 엘니뇨가 ‘와일드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달부터 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62%로 보고 있다. 가을엔 무려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현상으로 폭우, 가뭄 등의 기상이변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원자재 가격 급등을 야기한다. 국제통과기금(IMF)는 엘니뇨로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4%포인트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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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이런 장애물들이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질 가능성에 거론되고 있는데 문제는 파월 의장이 이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에 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이가 부진해 연준이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침체기가 얕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경제 전반이 한꺼번에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문이 잇달아 침체를 겪는 이른바 ‘순차 침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얕은 경기침체는 인플레이션을 큰 폭으로 끌어내리기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가장 유력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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