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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형조선사들이 수주 절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산 영도구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사진=HJ중공업. |
13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은 탱커선 16척·컨테이너선 12척 등 총 75만CGT(표준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약 14억달러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이에 국내 전체 수주액에서 중형조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 3.1%로 크게 축소됐다.
중형조선사들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중형선박 발주가 늘어나지 않는 탓이다. 중형선박 발주량은 조선업 불황기인 지난 2017년과 유사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1358만CGT(711척)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으며,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발주는 같은 기간 각각 57.3%, 50.7% 수축됐다. 아울러 전체 신조선 시장에서 중형선박의 비중은 1년만에 44.7%에서 31.7%로 급락했다.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은 152만CGT(72척)으로 전년 대비 52.7% 감소했다. 하지만 중형 컨테이너선 및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가스선 부문은 비교적 건조 경험이 많은 현대미포조선에 일감이 몰렸다.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수주 점유율은 2021년 13.4%에서 지난해 11.2%로 감소됐으며, 중형조선사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4%에서 3.3%로 떨어졌다.
선수금환금보증(RG, Refund Guarantee) 한도 역시 중형조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RG는 선박을 주문한 선주가 은행 및 보험사로부터 받는 보증서로, 조선사의 부도·경영난 등 정상적인 인도가 불가능해질 상황에 대비해 납부한 선수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금융권은 2016년 조선업체별 RG 발급 한도를 정하고 최대치를 제한했다. 문제는 최근 조선업 호황에도 RG 한도가 확대되지 않았단 점이다. 최근 2년 간 신조선 가격이 약 30% 상승했음에도 RG 한도는 그대로인 탓에, 중형조선사들은 적은 물량의 수주에도 한도가 소진되는 경우를 겪었다.
실제로 케이조선은 지난해 상반기 수주한 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RG 발급을 받지 못해 계약이 파기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조선업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안에는 중형조선사들이 시중은행의 RG 발급이 확대되도록 무역보험공사의 RG 특례보증 재보증비율을 70%에서 85%로 상향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RG 추가 발급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조선업 호황에도 중형선박에 대한 발주는 오히려 감소하고, 낮은 RG 발급 한도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정부의 금융 지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