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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 시즌’ 시작···車·이차전지 웃고 반도체 울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09 09:59

삼성전자 ‘어닝 쇼크’

LG엔솔·LG전자 등은 선방



외부 불확실성 계속

"업종별 이익 양극화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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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반도체 장비 기업 ‘원익IPS’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업종별 이익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자동차, 이차전지 등에서 훈풍이 불어오고 있지만 우리 산업 근간인 반도체는 한겨울 한파에 움츠러들었다. <관련기사 3면>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95.75%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만이다. 7000억~8000억원대를 예상한 시장 예상치도 하회한 어닝 쇼크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매출은 63조원으로 19%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 여파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부문별 성적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캐시카우’였던 반도체 쪽에서 4조원 안팎 적자가 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 분위기는 정 반대다. 올해 1분기 1조49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2.9% 빠진 수준이다. 매출은 2.6% 감소한 20조4178억원이다.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LG전자의 이 같은 이익은 기존 시장 예상치를 20% 가량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화,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 등이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워룸’ 등을 선제 운영하며 사업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성과로 연결됐다고 업체 측은 분석했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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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배터리 팩을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깜짝 실적을 올렸다. 1분기 영업이익이 63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4.6% 성장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166.7%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 영업이익은 라이선스 대가 합의금 및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2021년 2분기(7243억원)를 제외하고 역대 최고 기록이다. 매출은 8조7471억원으로 101.4% 뛰었다.

LG엔솔의 작년 한해 영업이익은 1조2137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회사는 이번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관련 금액(1300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나올 1분기 실적도 업종별 편차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는 3조~4조원 정도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전 등 다른 분야가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전문 기업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매출 역시 지난해 1분기 대비 60% 정도 빠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석유화학 업계, 디스플레이 업계 등에서도 찬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수요 부진에 유가 상승까지 더해진 결과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급락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LG디스플레이의 적자 폭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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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다만 우리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에 ‘반도체 대란’을 겪은 데 따른 기저효과에 전기차 수요가 늘며 영업이익률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2조~3조원 가량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보다 30~40% 급등한 수치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SDI도 호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각국 정치적 대립 등 외부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업종별 이익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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