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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韓日 경제, 협력하되 ‘한배’는 타지 말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8 14:11

여헌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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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산업부 기자

‘노 재팬’(No Japan) 열풍이 불던 게 4년여 전이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항복을 선언하며 우리나라가 해방된 게 78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한 지는 431년이 지났다.

전세계적으로 이웃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의 관계·역사는 한일 관계만큼 복잡 미묘하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매우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 기자 역시 일본 또는 일본인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최근 한일 관계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뜨겁다.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것이 도화선이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의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물어준다는 결정을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정치 이슈가 경제 문제까지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감정에 휘둘려 국익을 해치거나 스스로 고립될 이유는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한일 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국내 수출액이 연간 26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양국이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등 3대 신산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우리가 일본과 한배를 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미국이 반도체·전기차 등 분야에서 폭주하는 것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치 놀이’가 아니다. 우리가 일본과 연대해 다양한 국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일본은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입니다.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같은 생각을 할 리가 없습니다. 반도체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손을 잡되 미국-중국 갈등 국면에서 그들과 무조건 한배를 탈 이유는 없습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교수는 "양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일본한테 말려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바야흐로 ‘복합 위기’ 국면이다. 활로를 찾기 위해 우리는 ‘무조건 국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무역·여행 수지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돈을 퍼주는 대표적인 국가다. 양국 경제 협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답은 정해져 있다. 정부 안에도 이를 아는 사람이 있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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