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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부지.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삼성·SK 등 ‘K-반도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 양상을 지켜보며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지원법 관련 세부 규정을 공개했는데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했지만 앞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궁극적으로 최대 수요처인 중국 비중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22일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지원법을 담당하는 주요 실무진이 23일 방한한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공개하고 60일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한다고 전날 밝혔다
세부 규정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수령할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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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삼성·SK는 그간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전혀 확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다행히 미국이 실질적인 확장은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만 규정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기술 개발을 통해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안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에서 우리 기업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앞서 공개된 다른 보조금 조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익이 예상치를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의 이익을 공유하고 군사·연구 등을 핑계로 생산 라인을 들여다보겠다는 내용이다.
한국 기업은 현재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한시적인 포괄적인 허가를 받은 상태다. 허가 내용이나 기준 등과 관련해서 향후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중국 압박’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반도체 생산장비 강국인 일본, 네덜란드 등과 조율해 중국에 수출이 금지되는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규모를 크게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일단 미국 측 발표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전날 반도체 지원법 세부 규정을 발표하며 파트너 및 동맹과 긴밀히 협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약속했다. 협의상대국은 한국, 일본, 인도, 영국 순으로 적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