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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와 함께 국내에 수소경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5년째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의 괄목할 만한 추진성과에도 윤석열 정부 이후 수소경제 추진이 일정 정도 조정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수소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수소차의 2030년 보급목표가 당초 88만대에서 절반 수준인 40만대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수소차 보급 확대를 감안해 설계된 수소충전소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수소발전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발표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은 발전기술별 구분 없이 2030년 수소발전 목표량을 48TWh로 제시했지만 올해 초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발전용 연료전지 16TWh와 수소·암모니아 발전 13TWh를 합해 수소발전 목표량이 29TWh로 축소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13일 정부가 구체적인 연도별 수소발전 전기 구매계획 등을 담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이하 입찰시장) 관련 고시가 나오며 침울한 분위기를 조금 일소하는데 기여한 듯하다. 고시에 따르면 개정된 수소법의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를 구체화시킨 입찰시장은 한국전력거래소의 관리 아래 올해 상반기 개설해 2025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또 부생·추출수소를 허용한 일반수소발전 시장과 청정수소 인증 수소만을 인정하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으로 구분해 전자는 올해부터, 후자는 내년부터 개설된다. 특히 올해 개설될 일반수소 발전시장은 선도계약방식으로 신규설비에 한해 2025년 연간 1.3TWh 발전분, 설비용량 환산 200MW까지 입찰이 이뤄진다.
사실 그 동안 입찰시장의 구체적인 내용 마련이 지연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 연료전지 등 수소발전 보급·확산을 저해했다. 지난해 말 발전용 연료전지 누적 보급규모는 859㎿로 전년 대비 110㎿ 확대됐지만 직전 3년에 비해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특히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발전용 연료전지 규모가 대략 6GW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존 RPS 시장보다 여건이 좋은 수소발전 입찰시장으로 진입을 기대하며 사업자들이 사업개시를 유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입찰시장 개설로 유보물량이 일부 해소되면 수소발전 보급·확산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입찰시장을 한발 더 들어가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낙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결국 kWh당 고정비용과 연료비용을 합산한 발전단가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단가는 발전용량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낮아진다. 쉽게 말해 발전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하다. 또한 땅값의 영향도 있어 도심, 특히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저렴해진다. 수익을 위해서라도 사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수요지에서 떨어진 곳에 대규모 발전시설을 선호하게 된다. 이것이 당초 분산 에너지라던 태양광 발전이 수도권보다 호남지역에 집중돼 2034년 기준 5315개의 송전철탑을 추가로 건설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는 발전단가 이외의 비 가격적 요소, 가령 송전망 연계나 건설공기 등을 활용, 분산전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100MW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배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사업자들의 경향성을 감안할 때 이는 수요지와 적당히 떨어진 도심 외곽 또는 그 너머 인접지역에 100MW 언저리의 연료전지 난립을 부추기고, 실 수요지인 도심지 내에서 진정한 의미의 분산전원 역할을 하는 소규모 동네 연료전지 발전소마저 도태시킬 수 있다.
수소발전은 연료전지의 경우 작게는 kW급 보일러 정도 소규모에서 수십MW급 발전기까지, 나아가 수소·암모니아 혼소·전소 터빈발전까지 포괄하면 대형발전소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이러한 범용성으로 인해 체급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데도 단일한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특히 수소발전에 분산전원의 역할을 부여하고자 한다면, 설비용량별로 세분화된 시장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대규모와 소규모 연료전지를 구분하는 기준인 1㎿나 국내 분산전원의 기준인 40MW 등을 기준으로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려 부작용이 표면화되기 전에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