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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부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알고 있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6 15:40

금융노조, '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을 논하다' 토론회



"SVB파이낸셜그룹 주가 곤두박질...시장선 위험성 인지"



"당국, 일주일도 내다보지 못하고 SVB 모델 들고 나와"



은행 성과급 설계 판단은 주주의 몫...당국 검토 과도

금융산업노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을 논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나유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됐는데, 금융당국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실리콘밸리은행과 같은 특화전문은행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이 은행권의 성과급 체계를 손보겠다고 한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은행은 정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공공재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공공성을 지닌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는데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실리콘밸리은행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종목명 SIVB) 주가를 보면 작년 1월부터 연말까지 계속해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주식시장은 SVB의 리스크를 인지했고, 맨 마지막에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SVB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특화전문은행 모델로 실리콘밸리은행을 언급했다. 당국마저 일주일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리콘밸리은행

▲3월 2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에서 특화은행 모델로 실리콘밸리은행을 언급했다. 해당 자료는 실무작업반 논의 내용 중 일부.(자료=금융위)


윤석열 정부가 작년 7월 가계대출 중 약 5.0%가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능력 악화가 우려되는 부실위험 대출로 추정했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현재 금융정책 난국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당시 우리나라 부실위험 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했지만, 대책이라고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을 기존 7조9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2조원 늘리고, 은행권에는 자체 서민지원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라며 "그때만 해도 은행권에 잘해보라고 해놓고, 이제야 금융사들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완전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현재 당국의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국이 금융사 임원 성과급 체계를 검토하겠다는 것도 과도하다"라며 "임원에 대한 성과 보상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 임원과 주주 간에 주인-대리인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주주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할 경우 당국이 개입할 수 있고, 장기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해보라고 제언할 수는 있지만, 금융사 임원에 대한 성과급 체계를 재검토하는 것은 당국의 역할에서 벗어난 행위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라고 표현한 것은 ‘공공성’을 잘못 이해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은행권 채용비리 재판에서 은행 측은 사기업으로서 채용의 자율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했다"며 "사법부 판단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사 자체가 금융기관으로서의 성격이 있고 공공성이 매우 높은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윤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은행을 공공재라고 한다"며 "공공성이라는 단어를 공공재라고 잘못 말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렇듯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현 정부의 은행에 대한 간섭이 전면적, 전방위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시장과 자유를 강조했는데, 현실에서는 주인 있는 기업들에게만 자유를 보장하고 주인 없는 기업들에게는 간섭하고 개입하는 이중적인 대토를 보여 왔다"며 "금융권, 특히 은행에 대한 간섭은 매우 전면적, 전방위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권력에게 은행은 늘 가장 만만한 상대이자 먹거리였다"며 "시계를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되돌려 관치금융이 부활하게 되면 공공의 이익이 특정인 또는 기업으로 이전되고, 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은 정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공공재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공공성을 지닌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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